그래픽<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경협 상징인 금강산 관광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과 남측 시설물의 철거를 지시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정부와 관광 사업을 해 온 현대아산 측도 상당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 위원장이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비롯해 삼일포, 해금강, 구룡연 일대를 둘러보며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 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며 비판한 뒤 “우리 땅에 건설하는 건축물은 마땅히 민족성이 짙은 우리 식의 건축이어야 하며 우리의 정사와 미감에 맞게 창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북관계 악화 우려…김정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南시설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은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며 “금강산 절벽 하나, 나무 한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금강산 관광 지구 일대를 세계적인 명승지로 꾸려야 한다고 주문한 뒤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추후 금강산 개발이 있을 때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측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면서 파장을 불러왔다.

정부 “북측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 중”

정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단 지금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보도매체를 통해서 관련된 의견들이 나왔기 때문에 현재 정부로서는 북측의 어떤 의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북측이 시설 철거에 들어갈 경우에 대해선 “예단해서 대처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어쨌든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북측의 태도나 반응에 대해 면밀하게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무엇인지 명확히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며 “협의해 나갈 부분들은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백두산에서 남북관계 중대 결단 내렸나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는 남측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남북이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합의했지만, 남측이 대북제재를 이유로 관광 재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백두산을 등정하면서 어떤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한 것과 관련, 남북관계에 대한 전환의 필요성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독자적인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함께 방북했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관광 재개에 대해) 재촉(하는 것)이고, 아니면 혼자라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관광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싶은데 남측이 파트너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하겠다, 독자 사업으로라도 가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북전문가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최선희 제1부장을 대동했다는 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며 “만약 (북미 간) 대화가 여의치 못하면 여기에 대한 결단을 보내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