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업무 집중도 높여’ VS ‘직원을 감시대상으로 여겨’ 견해 갈려

게임업계 빅 3인 넥슨 등 3개사가 직원들의 근태를 분 단위로 관리하는 새로운 근무시간 파악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넥슨은 9월부터, 그 외 업체는 10월부터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시기가 업체별로 상이하지만, 도입된 지 약 1∼2개월이 지났다. 이 업체들은 포괄임금제가 폐지됨에 따라 야근을 줄이고, 추가 근무 수당 등 임금을 정확하게 정산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넥슨 등 국내 게임 빅3가 분단위로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넥슨 등 국내 게임 빅3가 분단위로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업체 관계자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업무 지시를 통해 직원들도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제때 퇴근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하는지 쉬는지를 분 단위로 감시하는 것은 해도 너무하다는 직원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직원 김모 씨는 “전자발찌 찬 것 같다. 직원들을 항상 감시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회사 직원 이모 씨는 “15분을 기준으로 자리를 지키라고 하니 감옥에서 수시로 감시당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 단위 근태관리 시스템은 대형 게임업체 3사 이외에도 다른 IT 회사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은 15분을 기준으로 업무 시간과 비업무 시간을 구분한다. 직원들이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컴퓨터에 '자리 비움' 버튼을 누르고 이동해야 한다. 하루 11시간 이상 회사 내에서 업무를 할 때는 사전에 부서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A 사도 15분을 기준으로 한다. 직원 컴퓨터가 15분 이상 가동되지 않으면, 비업무 상태로 전환된다. 근무 가능 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8시며, 초과근무의 경우에는 사전·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직원들은 일일 근무 확인 시스템을 통해 PC 비가동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 등록 및 비업무 내역을 소명할 수 있다.

B 사는 회사 내부를 업무 공간과 비업무 공간으로 구분했다. 회사 1층에 설치된 출입문인 ‘스피드 게이트’를 통해 업무 공간과 비업무 공간을 구분한다. 출입문을 통과하면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고, 1층 출입문을 벗어난 외부 공간과 사내 카페, 흡연장 등은 비업무 공간으로 분류된다. 이곳에서 5분 이상 머물 경우,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

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업무 특성상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던 직원들에게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려면, 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업무에 집중하도록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안전을 높이고자 추진하는 ‘주 52시간제’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보장하여 창의성과 생산성을 증진하기보다는, 기업의 편리에 맞추어 기계적인 ‘시간때우기’를 강요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 지침상 휴식시간은, 마우스 움직임이나, 휴식공간과 업무공간을 분리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지휘나 업무 대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시간을 의미한다.

게임업체 3사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직원 의견을 더 수렴해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근태 관리 시스템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라 시행착오도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직원들의 근태를 자동화공장의 로봇처럼 프로그램화시키는 것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IT 노동자들의 복지와 자율성도 증진 시키고, 기업의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업무지도 방식도 개선 시키는 공론화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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