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항소심 재판장 삼성 경영상 당부,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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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오피니언] 지난 14일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상장기업 시가총액(미국 달러 환산 기준) 순위를 조사하여 발표했다. 이달 8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2684억 달러(약 313조3529억 원)로 상위 20위(상장지수펀드 제외)를 기록했다.

세계 시가총액 순위 상위 500위 안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에 삼성전자는 43위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세계 시총 500위 내에 들었던 8개 한국 기업 중, 9년이 지난 지금까지 500위 내에서 자리를 지킨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순위는 10년 동안 23계단 올랐고, 그 외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은 전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밀려났다.

시가총액만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로써 IT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듯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으로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4글자가 갖는 브랜드가치는 약 611억 달러로 아시아 기업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삼성전자의 동일인(총수) 지위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공식 변경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발표된 수치와 젊은 기업 총수로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즉,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따른 반도체 수요감소와 가격 급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반도체 주요소재 공급 불확실 ▲세계적 반도체 생산 기업의 경쟁 심화가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저성장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외적 문제와 더불어 기업 내부적 문제인 ‘오너리스크’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업 주요 핵심임직원들의 형사사건 연루 문제를 가리키는 ‘리걸리스크’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업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항소심 재판이 기업 경영상의 가장 주요한 불안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재벌 총수들의 형사 처벌례를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처벌횟수가 빈번하다. 처벌 사유도 다양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오히려 형사사건에 연루되어있는 것이 그리 흠이 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형사 문제로 처벌을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형사사건에 연루된 불명예가 이재용 부회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을 받는 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할 만한 사유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재계와 회사투자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 ‘삼성’에 거는 기대와 사랑은 남다르기에, 다른 기업과 총수들에게 적용되는 기준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발생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이미 한차례 수감 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로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2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경영 승계 사안이 인정되어 뇌물 액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법원은 양형에 관련하여 다시 판단하라고 2심 재판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항소심으로 돌려보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검찰은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불공정합병과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를 검찰에 고발하려 하자 관련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본사에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노조 와해 시도 정황도 포착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련의 범죄 과정에 가담한 삼성전자 총수를 비롯한 임직원들 수십 명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삼성의 이미지는 크게 타격을 받았다. 또한, 정기 임원승진 인사가 미뤄지는 등 어떤 재판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주요 기업 경영상 판단도 유보되고 있다.

이렇게 기업 총수와 임원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중,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열정과 자신 있는 사업 중심으로 마음껏 꿈꾸고 도전해 100년 기업이 되자”.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이러한 메시지만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51세 때 발표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갑자기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날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날 무렵 이 부회장 측에 이례적인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1993년 당시 만 51살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라며, “2019년 똑같이 만 51살이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한, 이 부회장에게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헌법 상 법관은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총수의 앞날과 기업의 미래를 걱정해주고 있는 듯하다.

재판을 주재하는 재판장이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인 이 부회장을 위해 삼성전자 50주년 ‘기념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을 맞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영업실적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이 우리나라 잠재성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삼성의 성장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벌’이라는 단어는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만큼 특이한 경영체제이다. 때로는 일정한 ‘가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재벌 핵심 부서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이러한 ‘경영체제’ 또는 ‘가문’에 발생하는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향한 50년을 위해서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형사사건 관련 주요 혐의가 조속히 드러나고, 재판도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 임직원들의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이 흔들리는 불확실성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기업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기업 ‘삼성전자’로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판사의 ‘걱정이나 당부’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응원’으로 성장해 가는 삼성전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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