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과 홍콩시민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 한국의 상아탑에서 발생한 홍콩 시위 관련 분쟁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놓고 한국 대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홍진모)’은 지난 18일 부산대 학생회 전용 게시판에 부착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었다고 밝혔으며,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에는 명지대 학생회관에서 한국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홍콩 시위 관련한 분쟁이 대학가에서 가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한국 학생들은 민주화와 자유를 요구하고 있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입장이 많은 반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통일을 열망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홍콩 시위대를 반대하는 입장이 많아 이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 원칙적으로 중국인민과 홍콩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

개인적으로 홍콩 시위 문제는 홍콩시민들과 중국인민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국인민들이 한국의 정치 상황이나 정치 체제를 놓고 왈가왈부한다면 나로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으며 모욕감마저 들 수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한국 국민들이 홍콩 시위에 관해 왈가왈부 한다면 중국 인민들에게 내정간섭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홍콩 시위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어지건 제3자라고 볼 수 있는 한국 국민들이 아니라 홍콩시민들과 중국인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모두의 이웃에 위치한 한국에 살고 있으며 둘 모두와 사이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홍콩 시위에 관해 무시해도 좋을 한마디를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

일단 중국인민과 홍콩시민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고 유혈사태가 아닌 대화로서 해결을 하고자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홍콩에서는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하고 있고 시위대 또한 무력으로 경찰들에게 격렬히 저항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말 좋지 않다.

물론 중국인민들은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있어 정당한 무력진압으로 주장할 수 있고, 홍콩 시위대 또한 경찰과 중국 공권력을 시민에게 폭거를 행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어 스스로의 물리력 행사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홍콩 시위대는 무도한 폭도인가? 또한 홍콩 경찰과 중국 공권력은 아무 이유도 없이 시민을 강경진압 하는 무지막지한 폭군인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홍콩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유감스러운 유혈사태는 시위대와 공권력이 서로의 의견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채로 서로를 적대시하며 물리력을 사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이상론일지도 모르고 현실에서 벗어난 주장일지도 모르지만 홍콩시민과 공권력이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상황은 한층 더 신속하고 부작용 없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하나의 중국에 의하면 홍콩시민은 중국인민이기도 하다.

홍콩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강경진압 일변도로 나간다면 잠시 시위를 진압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국과 홍콩에 내재된 잠재적 갈등은 훨씬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는 5.18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5.18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촉발했다는 의미에서는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도 있지만 한국 국민들을 지켜야할 한국군과 경찰들이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여 갈등의 골을 훨씬 크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부끄럽고 아픈 역사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5.18을 민주항쟁으로 기억하는 견해가 다수이나 한국 정부가 폭도들을 정당하게 무력으로 진압했다고 여기는 견해도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이와 같은 둘 사이의 견해 차이 중 누가 옳은가에 대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이 둘 사이의 간극은 제법 커서 한국 사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5.18 희생자 유족들이 겪은 트라우마도 만만하지 않지만 5.18 진압에 나섰던 한국군과 경찰 요원들이 겪은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즉 5.18 이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적대시하고 총칼로 무력진압하려 한 비극이 벌어진 후에 감내해야 하는 상처는 매우 크며 쉽게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이 결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바탕에서 홍콩 시위대를 강경진압 일변도로 처리한다면 중국인민들이 바라는 중국인들의 화학적 통합인 ‘하나의 중국’이라는 목표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위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을 대화와 타협 없이 강경하게 진압하고 엄한 처벌을 내린다면 학생들의 부모와 형제들 또한 홍콩과 중국 정부에 반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고 일반 홍콩시민들 조차 중국인민들과 하나로 통합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힘들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크고 강한 나라이므로 무력을 사용하여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과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인민들은 이와 같은 근시안적인 판단보다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상대와 대화를 통해 입장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선호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한다면 그 어떤 신뢰관계도 형성될 수 없으며 특히 그 상대를 통합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더더욱 무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콩시민들을 상대로 강경진압 일변도의 방법을 사용하여 시위를 진압한다면 홍콩시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대만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도 중국은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이미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하나의 중국을 위해서도 홍콩시위대를 포함한 홍콩시민들을 포용할 필요성이 있으며, 대화를 나누기 쉬운 상황은 분명히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홍콩시민들과 대화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기에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인민과 홍콩시민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이번 사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서로를 적대하지 말고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국과 홍콩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이웃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가 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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