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이해 못할 일 벌이는 일본

[뉴스워커_오피니언] 지난 12월 4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의 1775배에 달하며 일본의 제염 완료 기준치와 비교해서도 300배 이상의 수치인 시간당 71μSv(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민간단체의 지적을 받고서야 방사능 관련 조치에 나선 일본 정부

J빌리지는 2020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서 성화가 출발하는 지점으로 지정되어 있어 성화 봉송 행사에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외국 관광객들도 집결할 가능성이 높아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의 1775배에 달하며 일본의 제염 완료 기준치와 비교해서도 300배 이상의 수치인 시간당 71μSv(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지난 12월 4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의 1775배에 달하며 일본의 제염 완료 기준치와 비교해서도 300배 이상의 수치인 시간당 71μSv(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린피스가 측정한 시간당 71μSv은 원전 사고 전에 측정된 시간당 0.04μSv에 비하면 1775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일본 정부가 제염 목표치로 설정한 시간당 0.23μSv와 비교해도 300배가 넘는 수치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지역의 제염 작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던 일본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으므로 현장 주위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린피스가 제기한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된 관계로 긴급 제염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의 긴급제염이 완료된 후 제염작업이 실시된 지점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는데, 제염작업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일본 정부의 제염 목표치인 시간당 0.23μSv의 15배에 달하는 시간당 3.4μSv의 측정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화봉송 출발지점인 J빌리지에서 제염 목표치의 300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되는 지점의 존재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민간단체가 지적을 한 후에야 부랴부랴 방사능에 대한 대응 조치를 실시한 점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방사능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은 그저 형식적인 구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방사능이 높게 검출되는 지점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 것에 더해 긴급제염을 실시했음에도 목표치의 15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점은 일본 정부의 제염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를 표시하게 하고 있다.

◆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 swastika)도 전통 문양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의 군기였던 ‘욱일기’ 사용에 군국주의의 부활이며 한국, 중국, 필리핀을 포함한 세계대전으로 침략의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라는 비판이 가해지자 일본은 전통문양일 뿐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전국시대에 활약했던 무장인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가 사용했을 정도로 일본의 전통문양일 뿐이므로, 일본 측은 욱일기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문양이므로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이 아니라는 말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독일 제3제국의 국기에 사용된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혹은 스와스티카도 고대 시대부터 다소 널리 사용된 전통문양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 “전통문양은 군국주의의 상징이 아니다.”는 논리인데 히틀러가 사용한 하켄크로이츠 내지는 스와스티카도 전통문양이지만 그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깃발을 디자인 할 때 붉은색은 사회적 혁명을, 흰색은 민족주의적인 생각을, 스와스티카는 아리안 인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스와스티카를 사용한 것은 히틀러가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 불교계 등 여러 종교단체가 서구 피해자들의 아픈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서 될 수 있는 한 왼쪽으로 구부러진 만자 ‘卍’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치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던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이른바 우만자 ‘卐’의 사용이 나치의 대두 이전에는 그리 희귀한 일이 아니었다.

고대 힌두교, 자이나교뿐만 아니라 티벳, 한국, 중국, 일본에서도 우만자의 존재를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통도사의 ‘불족도’나 동국대가 소장하고 있는 ‘묘법연화경 변상도’ 그리고 강원도 고성의 건봉사에 있는 석주(돌기둥)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1925년 미국에서도 ‘코카콜라’가 卐자 모양의 시계 고리를 제작했으며 1930년대 덴마크 회사인 ‘칼스버그’도 맥주병의 라벨에 卐자 디자인을 채용한 적이 있고 아일랜드 등 근대 유럽에서도 스와스티카 문양이 비교적 쉽게 발견된다.

심지어 미국의 제45보병사단은 독일과 적대하기 전까지 사단을 대표하는 문양으로 스와스티카를 사용할 정도로 거부감이 없었다.

즉 일본은 욱일기가 타게다 신겐 등이 욱일 모양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전통문양임을 강조하여 사용에 제한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욱일 모양보다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스와스티카의 사용도 현재는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스와스티카는 전통문양이지만 피해자들에게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측면에서 사용을 제한 혹은 자제하는 것이기에, 일본의 주장은 그러한 배경을 무시한 채로 피해자들이 일본 제국주의를 연상하건 말건 전통문양이므로 사용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 욱일기는 군기(軍旗),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건 자기 모순적 행위

극우로 대표되는 일부 일본인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16조 욱일기는 1870년 5월 15일 일본 육군의 창설을 앞두고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문양의 육군어국기(陸軍御國旗)로 법령에 의해 제정된 군기(軍旗)다.

즉 일부 극우 일본인들이 축구장 등에서 흔드는 16조(16개의 햇살이 퍼져나오는) 욱일기는 논쟁의 여지없이 예전에 구 일본제국이 사용했던 군용 깃발이다.

그런데 고대 올림픽은 신에게 바치는 행사였기 때문에 서로 치열하게 전쟁 중인 국가도 올림픽 기간에는 휴전하는 이른바 ‘에케체이리아(ekecheiria)’, 즉 성스러운 휴전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도 “스포츠를 위한 인간의 완성, 국제평화의 증진”을 원한다며 근대 올림픽 또한 고대 올림픽의 평화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현대에 와서도 UN 총회는 2020 도쿄올림픽 기간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공언했다.

그러나 일본은 올림픽 기간 중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군기로 사용했던 16조 욱일기 사용이 뭐가 문제가 되는가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에 국기도 아닌 군기를 휘날리는 것도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순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진주만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미국뿐만 아니라 남경 학살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중국, 그리고 군국주의에 의한 팽창정책에 의해 아픔을 겪었던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가 참여하는 올림픽에서 가해자의 표상이라고 볼 수 있는 욱일기 그것도 16조 욱일기를 사용하겠다고 고집하는 일본을 이해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물론 행사의 주최자인 이상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건 비판받는 행사로 만들건 그것은 전적으로 일본이 감내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관광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방사능 관리도 민간단체가 지적을 해서야 움직이며,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서 군대가 사용하는 군기 그것도 이차세계대전 당시 침략군의 표상처럼 사용되던 16조 욱일기 사용을 고집하는 일본이 정상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과연 일본 정부와 극우 일본인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보는가? 심히 의문스럽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어떤 일을 해도 일본을 좋아해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