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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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삼성 그룹의 ‘노조 와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연임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지난 2013년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이었던 원 사장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그룹 차원에서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일명 ‘그린화작업’이라고도 불린다.

원 사장은 같이 재판을 받아 법정 구속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달리 인신구속형은 면했다. 하지만, 향후 이어질 2, 3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사장으로 연임되더라도 ‘노조 와해’사건의 핵심 실무자가 계열사 사장으로 연임하는 것은, 삼성증권 차원에서도 기업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노조 와해’ 재판과 관련하여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에 있는 사람은 그 직을 잃도록 한 규정이 있다. 이는 임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이다. 만약 원 사장이 연임되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1년 이상 경영상 불안요인을 안게 된다.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원 사장만 내년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원 사장만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기업의 회장이나 총수가 아닌, 그룹 계열사 사장이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데 그 직을 유임시키기에는 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에버랜드·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으로 최고위 임원 7명이 법정구속 되었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삼성 그룹의 임원인사 시기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최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의 정준영 재판장은 삼성 그룹과 이 부회장 측에 각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준법감시제도’ 강화 방안 마련이나 ‘기업 미래 비전 제시’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삼성 그룹이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고위 임원을 유임하는 것은 재판부에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2013년 12월 취임해 이미 3연임에 성공한 원 사장은 내년 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애초 원 사장의 연임은 낙관적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삼성카드의 실적도 양호한 편이었다.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827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12.5% 상승한 908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원 사장 재임 시절 삼성증권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총수의 재판과 고위임원들의 법정구속으로 안 좋아진 상황”이라며, “비록 최종심은 아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사장을 연임하는 것은 삼성 그룹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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