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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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그룹이 1962년 신생보일러공업사로 창업한 이후 거듭된 성장을 거쳐, 드디어 작년 11월 지주사로 전환하며, 올해 그룹의 제2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귀뚜라미그룹은 글로벌 종합 에너지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기치 아래 귀뚜라미보일러 대표로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부회장을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임원을 영입할 정도로 혁신적이며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분야도 아닌 동종업계 경쟁사의 최고 임원까지 필요하게 된 귀뚜라미그룹의 절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귀뚜라미그룹의 제2 창업을 위해 그룹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최재범 신임대표의 역할에 대해 3편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재범 대표, 경동나비엔 해외시장 개척에 선구자적 역할 수행해

지난 6일 귀뚜라미그룹은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부회장을 귀뚜라미보일러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임원인사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귀뚜라미와 경동은 보일러업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경쟁이 극심한 동종업계의 고위 임원이 다른 회사에 최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는 그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백색가전 대표이사, 메디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지난 2011년 경동나비엔 대표로 취임한 이후 6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지난 2017년엔 부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회사의 해외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해외통’으로 불릴 정도로 북미·러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해외사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

한편, 최 대표가 부회장 재직시절 경동나비엔이 해외 보일러·온수기 시장에서 달성한 높은 점유율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해외시장 개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귀뚜라미 측은 최 대표가 귀뚜라미보일러의 해외사업 확대에 기여해 줄 적임자라고 평가했고 또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귀뚜라미그룹의 위기와 내부 인사 부재 한계점 드러내

지난해 말부터 보일러업계에서는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 최재범 부회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났다. 귀뚜라미 측에서는 관련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결국 지난 6일 사장 선임 소식을 전했다. 경쟁사 최고위 임원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하는 단계도 아니고, 영입이 확정된 사실을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귀뚜라미의 파격적인 인사는 귀뚜라미가 수년간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내린 결단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해외시장에서의 부진을 외부 인사 영입으로 돌파하고자 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귀뚜라미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우즈벡키스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OEM 또는 반제품이나 부품 형태의 수출을 넘지 못하는 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이를 극복하고자 경동나비엔의 해외사업 분야를 이끈 최재범 대표를 영입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귀뚜라미의 최근 성과 부진은 최진민 회장을 비롯한 사주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의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며, “최 회장이 최재범 대표에게 경영상 전권을 주지 않는 한 귀뚜라미에서 최 대표의 역량이 발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 보일러 시장이 포화상태라 업계에서는 해외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경쟁사 출신 임원을 영입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내부 인사가 부재하다는 귀뚜라미의 한계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귀뚜라미 관계자는 “최재범 대표의 선임은 기존 회사 내규에 따라 진행된 것이며, 최진민 회장의 관여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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