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반도 정세]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제안에 북한이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새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겠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50여일만에 대남메시지를 공식 매체를 통해 발신하며 정부 역시 면밀히 북측의 동향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남조선당국이 숨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며 남측 정부를 비난했다.

김 고문은 이날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새해 벽두부터 남조선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제안에 북한이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새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겠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50여일만에 대남메시지를 공식 매체를 통해 발신하며 정부 역시 면밀히 북측의 동향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제안에 북한이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새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겠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50여일만에 대남메시지를 공식 매체를 통해 발신하며 정부 역시 면밀히 북측의 동향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 김계관, 담화 통해 “南,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김 고문은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며 “수뇌들 사이에 친분관계를 맺는 것은 국가들 간의 외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해야겠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고문은 정부를 향해 “멍청한 생각”,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 감짝 회동 때 나온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북한에 통지하니 김정은은 '통큰 제안'이 오는가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을 것인데 막상 올라 온 내용은 외무성이 이미 보고한 생일축하 메시지였다”며 “김정은으로서는 자기의 생일을 이용해 미국이든 한국이든 장난치고 있다고 화냈을 것은 당연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입장에선 이미 외무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친서를 받은 상황에서 남북의 핫라인을 통해 들어온 ‘긴급 메시지’가 비슷한 내용이었다는 것에 대해 우롱당했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아마 외무성에 이번 기회에 미국을 향해 입장을 똑똑히 밝혀 그런 식으로 놀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으라고 했을 것이고 한국 측을 향해서도 사람 깜짝 깜짝 놀라게 하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엄포 좀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에 미국 메시지를 전달할 때 반드시 미국측에 북한에 이미 이런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는지를 확인했어야 하며 아직 전달되는 않은 중요한 내용인 경우 왜 우리가 나서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취지를 북한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이번 과정을 보면 이러한 사전 의사소통이 실무급에서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태영호, ‘의사소통’ 지적…“북한, 속내 떠보려는 느낌 들어 불쾌했을 가능성”

특히 태 공사는 북한이 속내를 떠보려고 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으로서는 사전 확인 없이 미대통령의 긴급 메시지가 있다고 해 받아 놓고 보니 이미 전달 받은 것이고, 돌아보니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갈망하고 있는지 아닌지 속내를 은근 슬쩍 떠보려고 한 수에 넘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며 충분한 소통을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의 비난 담화 발표에 당황스러운 모양새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구체적인 남북 협력을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난 메시지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통상적으로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대남메시지를 발표해왔던 점을 들어 김계관 고문의 담화를 첫 대남 메시지로 인식하기 보다 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계관 고문의 담화에 대해선 여러가지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의 내용으로 해석이 분분하고 있다”며 “일단 계속해서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 고문 담화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지만, 남북관계 발전(의) 진척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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