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선제적으로 역량 투입해야

지난 2월 28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관련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미 2월 17일에 확진환자의 혈액 자원 확보 등의 연구 과제를 긴급 공고한 바 있는데 이번 공고는 2월 19일에 열린 산⦁학⦁연 공동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통하여 방역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과제 수요를 추가로 발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립보건연구원 민관 합동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진단제, 치료제, 임상역학, 백신의 4개 분야에서 총 8개 연구과제가 발굴됐다.

먼저 진단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검체 적용을 위한 코로나19 고감도 신속 진단제 개발’, ‘면역반응을 이용한 코로나19 고감도 신속현장 진단제 개발’ 과제가 발굴됐으며, 치료제 분야에서는 ‘코로나19 신속 임상적용을 위한 항바이러스 효능 분석’이 선정됐다.

임상역학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역학적 연구’, ‘코로나19 환자 접촉자에서의 혈청학적 연구’가 백신 분야에서는 ‘핵산백신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과제가 발굴됐다.

연구원은 긴급히 연구 과제를 추진하여 코로나19 현장의 필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코로나19 바이러스 토착화, 계절성 질환으로 전환 가능성 제기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2월 24일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마크 립시치’ 하버드 대학 면역학및전염병역학과 교수는 많은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무증상 혹은 가벼운 병증을 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절성 독감처럼 계절성 질환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선 2월 12일에는 ‘낸시 메소니에’ CDC(미국 질병통제센터)의 면역 및 호흡기질환 국장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따뜻한 계절에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봄이 오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도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지, 계절성 질환이 될지, 토착화 될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면 향후 코로나19에 특화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높지 않지만 계절성 질환으로 전환되거나 토착화될 경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단 백신과 치료제는 서로 다른 개념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백신은 아직 ‘감염증에 걸리지 않은’ 환자에게 죽거나 위력을 약화시킨 바이러스 등을 투입하여 인공적으로 감염증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독감이나 수두 같은 질병의 예방접종을 연상시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반면 치료제는 ‘감염증에 걸린’ 환자에게 투입하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의 치료 작용을 통해 환자의 병증을 완화하거나 완치하게 하는 약품을 의미한다.

즉 백신은 예방 목적을 위해 선제적으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치료제는 병에 걸린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란 차이가 있다.

최악의 경우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반도에서 토착화하거나 A형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할 경우를 상정한다면, 현재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주력하는 대증요법이나 다른 항바이러스 약품을 전용하는 것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직접 대응하는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약물 재창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 찾으려는 노력도

지난 2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약물 재창출이란 이미 시판되어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 기존의 목표 질환 외에 다른 질환에도 유의미한 치료효과가 있는지 시험한 뒤 효과가 인정되면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최근에 코로나19 중앙임상 TF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를 하루 2회, 2알 씩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거나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대신 투여하는 것을 제안했다.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나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 투여한 결과 일정부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TF가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칼레트라 등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약품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일정부분 기대할 수 있어 약물 재창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의료진 사이에서도 칼레트라 등을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하는 것에 의견이 통일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에 직접 대응하는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된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상용화되기까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약물 재창출의 경우 다른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만 약품이 이미 시판되어 안전성이 비교적 확보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치료 효과만 인정된다면 빠른 시간 안에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과기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미국 FDA가 승인한 후보 약물 중에서 유의미한 코로나19 치료 능력이 있는 약물을 찾는 것에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과기부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함께 기존 승인 약물 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을 우선적으로 발굴하여 세포 수준에서 약물 효능 평가 수행한 후 동물 대상으로 약물 효능 실험을 수행하여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확보된 데이터는 의료현장에 제공되며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약물이라고 판단할 경우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등과 함께 환자에게 투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대부분이 무증상이거나 경증을 보여 특별한 치료 없이 대증요법만으로도 완치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증 환자의 사망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유의미한 치료제 확보가 필요하므로 안전성이 비교적 확보되어 있는 약물 재창출 전략이 중증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