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⑤선진] 하림그룹의 선진은 배합사료 제조 및 판매업, 축산물 가공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1979년 8월 17일에 설립되었고 1994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었다. 이후 2011년 선진과 선진지주로 인적분할 후 당해 재상장 되었다. 현재 사료사업, 식육사업, 양돈사업, 육가공사업 등으로 사업부문이 구분되어 있다.

2018년부터 하림지주의 잇단 자회사 매각으로 해외 계열사인 선진팜스코, 선진비나의 지분을 취득하게 되어 수직 계열화 되어 경영 효율성 개선에 대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종속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 선진의 전체 실적을 깎아 먹고 있는 형태가 되었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지분 취득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로 인해 재무 건전성까지 악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대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까지 해소해야 하는 만큼 뾰족한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2018년 1년새 영업이익률 반토막, 수익성 악화의 진짜 원인은?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선진의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실적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2018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6.4%, 66.8%씩 줄어들며 영업이익률이 거의 반토막 나 6.7%에서 3.8%로 감소했다. 선진 측은 연중 환율 상승 지속으로 인한 원가 악화와 더불어 금융수익의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전체 매출의 36.01%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사업의 원재료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어 환율 상승은 매출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나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각각 4.6%, 70.7%씩 감소해 2019년에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당기순이익의 감소세가 굉장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순이익의 급감은 총자산이익률 및 자기자본이익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총자산 혹은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의 비중을 나타내는 두 가지 수익성 지표가 2018년 급격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총자산이익률의 경우 2017년 8.1%였으나 6.1%p나 떨어져 2.0%가 됐으며 자기자본이익률도 2017년 16.6%였으나 무려 11%p 낮아진 5.6%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순이익을 위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업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채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상당히 우려된다. 2015년 130.5%였던 부채비율은 5년 만에 113.8%p 치솟아 244.3%를 기록하게 되었다. 장, 단기 차입부채가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부채 중 현금으로 이자비용이 지출되는 차입금이 증가하며 영업외비용에 해당하는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1년 내 상환 부담이 있는 단기차입부채 위주로 차입금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기차입부채만 5228억원을 기록한 2019년 3분기 말 총 차입부채 중 단기차입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4.8%다. 재무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차입금의존도도 다소 심각하다. 2017년 단기차입부채가 소폭 감소하며 총 차입금의존도가 37.9%로 줄어드는 듯 하더니 단기차입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19년 3분기 말 55.9%에 도달했다. 이중 단기차입금의존도는 47.4%인 것으로 나타나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4년 20억원에 불과했던 이자비용은 차입부채의 급증과 함께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19년 3분기 말에 144억원이 됐다. 2018년 말 기준 129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한 것을 감안하면 2019년 말 사업보고서 상 이자비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판관비 및 매출원가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비용까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자 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크게 줄었다. 한 매체의 조사 결과 국내 500대 기업 중 2019년 3분기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5.08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림그룹의 계열사 선진은 이의 절반 수준보다 낮은 2.3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고스란히 이자 갚는데 사용하며 순이익이 빠르게 줄어들게 된 결과를 맞이한 셈이다.

선진이 차입금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배회사인 하림지주로부터 베트남 현지법인인 선진비나, 선진팜스코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선진비나는 217억원, 선진팜스코는 396억원에 현금취득 했다. 해당 금액은 취득 당시 자기자본 대비 18.3%에 상당하는 큰 금액이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분기까지의 단기차입금 내역에 따르면 최소 3.77%에서 최대 6%의 이자율을 감당하는 차입금액만 2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림지주가 50%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김홍국 회장이 총괄임원으로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시각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에서도 김홍국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림지주 자회사를 편입해 수직 계열화에 성공,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자비용 부담을 너무 크게 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감몰아주기 해소 노력 비췄으나 갈수록 높아지는 내부거래 비중?


하림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점이 바로 일감몰아주기다. 이를 위해 하림지주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가령 하림지주는 계열사인 보람농업회사법인 등을 2018년 선진으로 넘기기도 했다. 하림 측은 2017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으로 늘 주목 받은 바 있으며 이에 대해 수직 계열화 된 지배구조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앞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 자체적으로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행태는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기준 실적을 알아본 결과 선진은 특수관계자와의 관계와의 거래 비중이 3년 평균 24.3%였다. 즉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고 선진 자체적인 사업은 내부거래에 상당 수준 의존한다고 풀이가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선진의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하림지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대기업 규제 관련 개정안 중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동일하게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20%로 통일하고 지주회사가 상장사 자회사는 30%, 비상장사 자회사는 40%로 제한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2018년 11월 말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현재 국회에서 일부만 통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계의 반발에 밀려 규제 대상 확대 등은 무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소액주주의 이익을 중시하여 일감몰아주기 등이 투명한 경영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편법 상속 등의 오너리스크 관련 문제로 비판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하림그룹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것이 곧 총 지분의 14.2%를 소유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하림지주로부터 각종 국, 내외 계열사를 인수하며 지배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자회사 실적 역시 만만치 않게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총 19개의 종속회사 중 9곳에서 분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그 금액만 34억원 정도다.

2016년만 하더라도 종속회사 5개에 불과했던 선진은 계열사 편입을 통해 3년만에 19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러나 종속회사를 편입해 몸집은 불릴 수 있었지만 자회사 중 절반 가량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배 구조 개선에 너무 집중하는 사이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지분 취득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재무 건전성도 나빠졌다. 선진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결국 하림그룹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