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정부가 5·24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5·24 조치 시행 10년을 앞두고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해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5·24 조치 시행 10년을 앞두고 정부의 입장을 묻자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며 유연화 예외 조치를 거쳐왔다”며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1일에도 거듭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실효성이 상실됐다”며 “중요한 것은 5.24 조치가 남북간 교류협력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5.24 조치 10주년 앞두고 입장 변화…폐기에는 선 그어


다만 이 당국자는 ‘5·24 조치에 대해 정부가 해제 검토를 하고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5·24 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바뀐 배경’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상 5·24 조치 실효성 상실됐고 더 이상 남북관계에 있어 장애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복해 답변했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적 대북제재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남북교역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평양 남북 종교인 모임이나 2013년 나진·하산프로젝트 등 남북 교류에 대해선 일부 예외 조치로 적용되는 등 시간이 흘러가며 사문화됐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5·24 조치가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촉발됐기 때문에 조치의 해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번질 우려가 제기된다.


정세현 “내부 제약 스스로 풀었다”고 반겨…야권은 ‘천안함 잊었다’고 비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명박 정부하에서 종교인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풀어줬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해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쪽의 이야기도 있었다”며 구속력이 없음을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금년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했고 보건의료 협력 제안을 했지만,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는 일종의 자가당착”이었다며 “우리 내부의 제약을 스스로 풀었다”고 반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결이 대화를 가로막았고, 과거가 미래를 발목 잡았다”며 “남북의 오작교가 끊긴 사이 한반도에는 북미 간의 격화된 대결과 갈등이 크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5·24 조치 이후)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남북 두 정상이 세 차례 만났다. 대결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오작교를 다시 잇는 과정이 시작됐다”며 “남북 공동번영의 심장 개성공단이 다시 힘차게 뛰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를 환영하는 의견과는 달리 야권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2년 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재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만들더니, 이제는 통일부가 대놓고 선언해 버렸다. 통일부는 시한 만료로 폐기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다시 입법예고 했다”며 “평화는 북한의 반성과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여전히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뒤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존심이 없다면 양심이라도 있을 일”이라며 “천안함 용사들은, 그 용사들의 가족들은 북한을 용서한 적이 없다. 그런데 누가, 무슨 자격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푼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사업 운운하기 전에 자국민의 아픔부터 돌볼 일”이라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문(文)정권의 북한 사랑에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