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예기치 못한 행동은 오히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겨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래픽 황성환 진우현 그래픽 전문기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예기치 못한 행동은 오히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겨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래픽 황성환 진우현 그래픽 전문기자>

[한반도 정세_워싱턴 류아연 기자]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하고, 금강산과 개성공단 등 관광·경제 지구에 군부대를 재주둔 시키겠다는 북한의 도발에 외신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시민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경고는 구실에 불과하며, 미국 주도로 이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가 이번 북한 도발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남북간 경제활동이 감소했으며, 이러한 가운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경제적 위기에 크게 봉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힘든 재선에 도전할 예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신중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북한, 남북경제 활동 감소와 코로나19로 경제 위기 직면한 듯”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 CNN 등 외신은 17일(현지시각)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 사태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했으며, 다음날인 17일,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어제(17일) 북한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예고를 강력히 경고한 상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판은 무의미하며, 북한의 불합리한 행동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도발에 대한 북한의 대외적 이유는 대북전단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에 대한 남측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또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외신은 북한이 한국시민단체들이 선전 전단지를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전단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2018년 4월 27일 남북의 관계 증진을 위해 설립한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문을 열었던 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 9개월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러나 외신은 이러한 대북전단은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일로, 북한 도발의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 제재를 우리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북한의 경제활동이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제한이 더 커지면서 북한이 타격을 크게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연락사무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일시적으로 운영 중지를 한 상태다. 이번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발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북한 협력을 위한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됐다고 외신은 관측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북한이 이에 상반되는 비생산적인 행동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외신은 “한국 국방부의 감시 카메라에 연락사무소가 파괴되는 큰 폭발의 모습이 잡혔다”며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국 공무원들을 수용했던 주변 15층 건물이 부분적으로 파괴된 것이 관찰됐지만, 사상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우려했다.

외신은 “미국 정부는 현재 한국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따른 한국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북한 설득했던 트럼프 행정부에 더 큰 타격”


이번 북한의 도발은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고 세계에 개방하도록 설득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큰 타격이 됐다는 것이 외신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북한은 미국에 11월 3일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면, 남북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복귀를 고려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례없었던, 그러나 결실도 없었던 회담에서 나온 핵 및 미사일 시험 동결에 대해 승리로 자평한바 있었다 전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다소 힘든 재선에 도전하고 있으며,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는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현재 남북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전방위적인 공조를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까지 동아시아 담당 최고 외교관이었던 다니엘 러셀은 “도발을 통해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 북한 김정은이 쓰는 방법”이라며 “북한에 대한 일정한 제재 철회 없이 ‘북한에 대한 위협이 종식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조만간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차관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은 수요일, 하와이에서 양제츠 중국 최고 외교관과 만나 북한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한 외신은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이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지 않을 경우, 남은 관계마저도 파괴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미국에 보내고 싶어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과의 평화 관계 추진은 끝났다”고 관측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