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삼보는 1976년 12월 30일에 ‘삼보지질’이라는 사명으로 건설업 및 건설기술기술용역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다 경영난으로 인해 부도가 났고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1996년 희성그룹에 편입 되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희성전자의 자회사가 되어 계속 운영되어 왔다. 희성그룹은 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손자 구본능 회장이 1996년에 창립했으며 동생 구본식 전 부회장(현 엘티삼보 회장)과 함께 이끌어 왔다.

그러던 2017년 구본식 회장은 아들 구웅모씨와 함께 희성전자, 희성정밀, 희성화학으로부터 지분을 대거 매입해 최대주주로 구 회장 일가가 이름을 올렸고 또한 구 회장이 2017년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독립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여러 행보가 포착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18년 12월 삼보이엔씨에서 삼보엘티로 사명까지 바꾸며 본격적인 경영체제를 서두르고 있다.


2017년 ‘미등기임원’으로 등장한 구본식 회장, 취임하자마자 20억원대 연봉?


엘지그룹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형 구본능 회장과 함께 희성그룹을 이끌던 구본식 회장은 철저한 장자 중심의 경영 환경 속에 그간 외부에 모습을 잘 비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7년 희성전자, 희성정밀, 희정화학의 지분을 자녀 구웅모 씨, 구연승 씨, 구연진 씨, 그리고 구 회장 이름으로 전량 매입했다. 지분 매입 전 희성전자가 93.47%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였다.

2020년 1분기말 기준 삼보엘티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의 아들 구웅모 씨로 전체 지분 중 48.28%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구 회장이 45.27%, 두 딸 구연승, 구연진 씨가 각각 3.22%, 0.38%씩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오너일가의 총 지분율은 97.15%로 희성그룹으로부터 지분 관련해서는 완전히 독립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구 회장이 2017년 초 부회장 직위로 임원에 취임하기 시작, 본격적으로 경영 선상에 나서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회장 직위로 변경했다. 삼보엘티는 오랜 기간 장태일 대표이사를 내세워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희성전자가 엘티삼보(구, 삼보이엔씨)를 보유하고 있던 지배구조 체제에서 지분 거래를 통해 이제는 구본식 회장의 일가가 엘티삼보를 거느리게 되었다. 희성그룹에서 계열분리 작업이 일어났고 이로써 구 회장의 독립경영은 기정 사실화 된 듯 보인다.

2015년부터 2016년에도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률 역시 매해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부회장직을 맡아 경영 일선에 존재를 드러낸 2017년부터 엘티삼보의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띄었다. 2017년 매출액의 경우 전년 대비 158.2%,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각각 76.6%, 122.5% 상승하며 구 회장 및 오너일가 중심으로의 체제 전환과 함께 실적에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기세는 이듬해까지 이어졌고 2018년에는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까지 이룩하는 등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역성장 했다. 매출액이 여전히 1조원을 돌파한 1조796억원 가량을 기록했으나 이는 직전 사업연도 대비 6.4%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9.6%, 40.1% 감소해 1131억원, 79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16.2%에서 10.5%로 5.8%p 만큼 빠졌다.

그러나 구 회장이 한 기업의 총괄 업무를 담당하는 막대한 자리에 올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채로 경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미등기임원이라는 이유로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은 책임 경영에서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시에 따르면 구본식 회장이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2017년에는 개인보수 5억원 이상 없으므로 별도 공시된 바 없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뒤 구 회장은 급여 12억300만원, 상여로 5억1000만원을 받아 총 17억4500만원을 수령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금액이 3억원이 채 안되는 상황에 미등기임원에도 불구 구 회장의 연봉은 임원에 이름을 올리자 마자 20억원 가까운 연봉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지만 구 회장의 연봉은 오히려 1년새 64.3% 늘었다. 급여 17억9700만원, 상여 10억6700만원, 기타 근로소득(건강검진비 등)으로 3백만원을 수령, 총 28억6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는 가뜩이나 위축된 영업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산정기준에 따르면 급여는 이사회에서 승인 받은 보수규정에 따라 결정하며 상여는 전년도 회사 실적을 성과지표 점수 테이블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상여지급률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2019년 실적이 역성장 했지만 상여는 전년에 비해 2배 정도 뛰었다.

전문경영인 장태일 대표이사도 2017년 전까지만 해도 5억원 이하의 보수를 받았지만 2018년부터 5억7500만원, 2019년 8억2800만원만큼 연봉으로 수령했다. 보통 다른 기업은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줄어들어도 매출액만 상승하면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상여를 더 높이기도 하지만 엘티삼보는 외형성장과 수익성 모두 줄었지만 경영진의 연봉은 상승했다. 이에 대해 엘티삼보 측은 "임원의 급여 및 상여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어 상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약 500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엘티삼보의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의 추이는 경영진에 대한 보수 추이와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2018년 6800만원으로 2017년에 비해 약 6백만원 가량 급여 수준이 높아졌지만 2019년 실적이 하락하자 임직원의 급여 수준도 덩달아 감소했다. 한 기업의 최대주주이자 비록 ‘미등기임원’이지만 총괄 업무를 담당하는 구본식 회장은 실적 하락세에도 20억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챙겼지만 정작 임직원의 급여 수준은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너리스크의 시발점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에 대해 엘티삼보 측은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간제(임시직)근로자 비율이 늘었기 때문에 평균급여가 감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간제근로자는 2018년보다 2019년에 317명이 늘었고, 직원 비율로 보면 8%p가 증가해 평균 급여가 하락한 것이라는 얘기다.


경영 미참여 자녀 배당수익만 34억원,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2017년 희성그룹와 지분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며 구본식 회장의 아들 구웅모씨가 최대주주로 오르며 지분 매입과 동시에 후계 구도 발판도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의 자녀가 엘티삼보 주식을 매입하는데 기존 보유하고 있던 LG와 관련된 주식을 처분하며 생긴 현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구본식 회장 일가의 LG그룹 및 희성그룹의 지분 매각을 두고 LG 후계구도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분 다툼을 피하고 각자 이끌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이름을 올렸고 구웅모씨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지 올해로 3년인 입장에서 승계 구도 이미 완성된 것과 다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 활동에 모습을 비추고 있지 않다.

구웅모씨는 LG그룹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부터 주식 부호로 늘 거론되어 왔다. 그가 보유한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삼보엘티의 지분을 매입한 뒤 그는 2017년 32억원, 2018년 35억원, 2019년 32억원의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었다. 구 회장 역시 아들 구 씨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당수익을 받았다. 그는 연봉과 배당까지 합치면 지난해만 해도 50억원 가량의 수익을 챙긴 셈이다. 장녀 구연승 씨와 차녀 구연지 씨 역시 각각 20억원, 2천만원 정도의 배당수익을 3년 간 지속적으로 받았고 이에 따라 오너일가에 지급된 배당수익만 해도 2017년 64억원, 2018년 71억원, 2019년 64억원이다.

총 지분의 97% 이상을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 2019년 순이익이 790억원으로 2017년 930억원 보다 무려 140억원이나 줄었지만 동일한 수준의 배당을 실시하는 등 오너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상의 유의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오너리스크라는 리스크를 증폭시킬 뿐이다. 2019년 말 기준 총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범LG그룹 4세로 시작했지만 이와는 독립적으로 엘티그룹으로 시작하는 구본식 회장의 향후 행보와 그의 아들 구웅모 씨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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