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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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에서 이례적으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피해 책임을 물어 도당위원장을 교체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위원장이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의한 함경남·북도의 자연재해 복구를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피해지역 현지에서 소집하는 한편 함경남도 지역을 살펴봤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피해지역 현지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태풍 피해가 심각하자 그만큼 이번 사안을 중하게 보고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책임자 교체한 김정은, 민심 달래기 행보 나선 듯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김성일 당 함경남도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고,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새로 임명했다. 피해가 주로 발생한 지역의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책임자 처벌’은 지난 5일에도 있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태풍 방재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십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산시와 강원도 간부들을 처벌했다.

또한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평양 당원 1만 2000명을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것을 공개 서한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필로 작성한 서한의 일부를 사진으로 공개하고, 서한 작성을 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은 함경남북도의 피해 복구를 강력히 지원하는 문제를 다름아닌 수도의 당원 동지들에게 터놓기로 하였다”며 “당 중앙위원회를 제일 가까이에서 보위하고 있는 친위대오인 수도의 핵심당원들이 기치를 들고 피해 복구 현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가장 충성심이 높은 집단을 매개로 해 내부 결속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태풍 피해 상황을 상세하게 전하면서 당원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김정은 ‘위임 정치’ 진화했다는 평가…김재룡 위상에도 변화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태풍 대비에 소홀한 지방간부들의 처벌을 통해 김재룡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위상에 변화가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 정치가 진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 센터장은 지난 5일 분석자료를 통해 “‘최고지도자가 절대권력과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면서도 핵심 간부들에게 담당 분야에서의 정책결정에 대해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동시에 결정의 결과에 대해 승진이나 강등 등과 같은 방식으로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정치’가 진화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김재룡 부위원장이 다른 간부들의 참석한 회의를 ‘지도’ 했다는 것은 그가 당 중앙위원회의 가장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나 지난 13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신설된 부서의 부장직에 임명되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처벌당한 간부들이 주로 원산시의 당, 행정, 안전기관 간부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주로 노동당과 행정 및 공안기관, 군부 등의 중앙조직 고위간부들의 인사나 처벌 결정에만 직접 관여하고 지방의 당과 행정, 공안기관 조직의 간부들 인사나 처벌에 대해서는 김재룡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김 위원장의 ‘위임 정치’는 간부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만큼 책임도 지게하고, 핵심적인 정책 결정에 김 위원장 스스로가 더욱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정 센터장은 “그런 면에서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해도 될 사안들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결정을 내림으로써 간부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일반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던 김정일보다 더욱 현명하게 북한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김 위원장의 ‘위임 정치’가 앞으로 또다시 어떠한 형태로 진화되어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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