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북한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친서를 꾸준히 주고 받으며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깜짝 회동 성사 직전까지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지난해 친서 내용 담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 둘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친서를 주고 받으며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 둘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친서를 주고 받으며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연합뉴스> 등이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의 일부 내용에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판문점 회동을 전후로 양측 정상이 교환한 친서와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겼다.

신간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3주 정도 후인 3월 22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노이로의 긴 여행을 한 데 대해 다시 감사하다. 내가 말한 것처럼 당신은 나의 친구이고 항상 그럴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냈다.

앞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북한 제재 완화와의 맞교환을 주장했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의 추가 시설 해체를 주장하면서 이견이 발생, 끝내 결렬까지 이르렀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답신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6월 10일 “103일전 하노이에서 나눈 모든 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그런 소중한 기억은 우리가 미래 어느 날 다시 서로를 향해 걸어갈 때 내가 발걸음을 내디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추가 회동 성사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위대한 일이 일어나도록 함께 마주 앉을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친서를 보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인 6월 12일 친서를 통해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 오직 당신과 나만이 협력해 두 나라 간 문제를 해결하고 70년의 적대를 끝낼 수 있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친서가 오고가던 6월 2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29일에도 친서를 보내면서 “내가 당신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내일 오후 국경에서의 회동에 초청하고 싶다”고 공식적인 제안을 했다.

당시 친서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어젠다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서로에게 매우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당신을 다시 만나는 것은 훌륭한 일일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대통령이 됐다.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에도 이어진 친서 교환…김정은 톤은 달라져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을 마친 당일에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그는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며 “당신 나라의 잠재력은 정말 무한하다. 우리가 계속 함께 협력하면 믿을 수 없는 번영이 당신과 주민을 기다린다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그는 7월 2일에도 22장의 사진과 함께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국가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중요한 논의를 재개해 영광이었다”며 “나는 당신과 주민을 위한 엄청난 번영으로 이어지고 당신의 핵 부담을 없앨 큰 합의를 타결할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판문점 회동 때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을 두고 논의를 점차적으로 진전하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답신 친서 분위기는 다소 톤이 변한 것처럼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는 등의 표현을 가용하며 한미 군사훈련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는 “톤은 정중했지만 메시지는 두 정상의 관계가 영원히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나 연인에게 실망했다는 것처럼 보였다”고 서술했다.

미국 내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친서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발간이 교착상태인 북미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상 간 친서 내용이 공개는 외교적 결례이기 때문이다.

한편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공개된 데 대해 14일 “아직 발간이 되지 않은 외국 언론인의 제작물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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