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시국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언택트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 분야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피치 못하게 정상 등교를 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서 비대면 수업이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언택트 교육은 국가 재난의 상황 속에서도 수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패러다임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온라인 학습 공간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통신에 필요한 데이터 요금을 부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교육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부작용 중 하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도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는 온라인 학습 도구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LG 유플러스에서도 경상남도 교육청에 스마트 기기를 기부하며 디지털 교육 복지를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이동통신업계의 협조로 이루게 된 교육 사이트 데이터 요금 지원


그런 노력들 중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와 손을 잡고 이동통신업계의 통신 3사가 EBS 등 주요 교육 사이트를 이용할 때 부과되는 데이터 요금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 제도가 눈에 띈다. 제로 레이팅이란 특정 콘텐츠 사업과 통신사가 협력 관계를 맺어 계약한 부분에 있어서는 데이터 요금을 할인하거나 부과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본래는 콘텐츠 사업과 통신사가 홍보 효과를 누리거나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함이 목적인 제도였으나 이 경우에는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모든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교육 사이트를 접속할 시 별도의 데이터 사용량이 차감되지 않게 한 이 무과금 조치는 처음 예상보다 기간이 계속 늘어나 현재 연말까지 연장됐으며 내년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의 비용에 있다.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에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간 60억 원으로 월 5억 원뿐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재원을 특별교부금으로 마련해 지출하고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EBS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모바일 사이트 이용이 초등학생의 경우 6배 이상, 중학생의 경우 1.5배 이상, 고등학생의 경우 약 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데이터 사용량은 2900TB 였던 반면, 7월에는 5,600TB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를 감당하기엔 현재 투입되는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인 이동통신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지나치다. 게다가 데이터 사용량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급증한 트래픽을 위해 서버를 증설하고 트래픽을 유지·관리하는 비용 또한 필요하기에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졌다. 공익을 위한 사안이기에 이동통신사도 현재는 데이터 요금 지원 제도 연장에 따르고 있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국가가 민간 사업자에게 언택트 교육의 부담을 떠넘겨도 되는가?


아무리 팬데믹의 상황 속이라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교육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비대면 수업이 필연적인 부작용을 낳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예전의 방식만을 고집할 수 없다. 영국의 사회혁신 분야 싱크탱크 ‘네스타(Nesta)’에서 발표한 ‘There will be no back to normal’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특히 온라인 교육이나 원격 근무 등이 보편화되는 등 인간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언택트 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충분히 준비할 시간 없이 갑자기 마주한 상황이었기에 정부는 통신사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기업은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국가가 무책임하게 기업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제도를 기약 없이 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코로나 시국에 적응할 만한 시간은 충분히 지났다. 더 이상 갑자기 직면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기업의 협조를 구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 언택트 교육 환경 조성에 책임 가져야 할 때


일각에서는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의 협업이 그저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단순히 포퓰리즘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언택트 생활 방식을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누구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무제한 통신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이 금액마저도 부담이 되는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게 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라면 국가가 모든 국민이 이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EBS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던 교육 사이트 무상데이터 제공의 결과, 실제로 교육 사이트 이용자가 증가했다며 사업의 효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효과를 봤으니 사업을 한시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나오고 있다. 민간 사업자인 이동통신사의 협조로 얻었던 유예기간 동안 정부는 앞으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다른 대안은 있는지 미리 생각해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주체는 이동통신사가 아닌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묻고 싶다. 현재 국가는 민간 사업자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 언택트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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