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영향으로 독감 접종자 수 늘어...신성약품의 소홀한 운송 관리에서 벌어지는 의심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뉴스나 라디오에서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을 나타내는 용어로, 현재도 COVID-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해결하지 못해 전 세계 사람들은 팬데믹 상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윈데믹(twindemic)현상도 유행할 것이라는 우려에 또다시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트윈데믹은 비슷한 질병 2개가 동시에 발병하는 것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다.

다가올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독감 예방백신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도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간다고 하면 근무 시간에도 흔쾌히 허락해 줘 단체로 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필자가 최근 일이 있어서 내과에 방문했는데 내과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대다수분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오신 분들이었다.

이처럼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러 오는 분들이 늘자 소아과나 내과에선 많은 인원을 감당하지 못해 이비인후과나 산부인과에서도 독감예방접종이 가능하니 그쪽으로 방문하라며 추천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산부인과에 남자만 혼자 온 것처럼 보인다면 독감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온 거라고 봐도 될 것이다.

1인당 4만 원 정도 비용이 드는 독감예방접종에 정부는 이에 독감 무료접종을 시행했다. 무료접종 대상자로는 만 62세 이상의 고령자와 임산부, 생후 6개월~만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이 해당한다. 국가예방접종은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구입한 후 보건소에 전달하고 병원에 나눠주는 형태로 신성약품과 1,259만 도즈 공급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신성약품에서 백신 관리를 잘못하여 일시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신성약품 관리 소홀로 무료 백신 지연되자 무료 백신 대상자 불만 폭주


신성약품은 배송 과정에서 백신을 일반 택배처럼 취급하였다는 신고가 들어오면서 1회 접종 분량인 500만 도즈가 발에 묶이는 일이 생겼다. 백신은 냉장유통(2~8℃)으로 배송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냉장차 문을 열어두거나 상온에 일반 택배 취급을 하면서 백신이 과연 안전한 상태인지 상태 여부가 문제 됐다.

신성약품 김진문 대표는 이에 500만 도즈 중 상온에 노출되어 있을 거라 우려되는 도즈는 17만 도즈 정도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 트럭에서 1t 트럭 차량으로 분배 작업을 했기에 500만 도즈 전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거꾸로 보면 최소 17만 명은 무료 백신 대상자에 제외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건당국은 사용할 수 있는 도즈 수를 파악하기 위해 무료 백신 접종 일자인 22일 하루 전날에 무료 접종을 일시 중지했다. 또한, 보건당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김진문 대표를 10월 8일 열릴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신성약품 김진문 대표는 미숙함을 인정하며 보건당국에 처분을 마땅히 받겠다며 사과했다.


무료독감 안전한지 의심돼...자부담으로 독감 맞겠다


무료 독감 접종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불만을 폭주했다. 질병청은 만 12세 이하, 임산부를 대상으로 중단했던 무료 접종을 25일날 재개했다. 백신은 신성약품에서 제공하는 약품이 아닌 다른 유통 물량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백신은 품질 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다면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전성에 신뢰를 잃어서인지 무료 백신 대상자들 중 유료 독감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급기야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와 독감 접종을 맞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상온 노출’ 백신이 광주·부산, 전라북·남도에 유통됐다는 언론을 보고 믿음이 가지 않아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질병청은 27일 ‘상온 노출’ 독감 백신 접종자가 300명을 넘어섰고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는 걸로 보인다.


신성약품 백신 유통 이번이 처음?···네티즌들 신성약품 의심 정황 포착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정부와 처음 계약해 백신을 유통하는 작업을 맡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인 메디텍이나 정동 코퍼레이션 등 중소기업이 담당했다. 이 기업들은 백신 전문 도매상이었다. 신성약품은 연 매출이 4226억으로 대형 의약품 유통 업체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의 입찰가격 후려치기에 기존 의약품 유통 업체들은 버티지 못해 신성약품과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1도즈 당 8790원을 제시한 정부는 작년 기준 비교하면 평균가 60% 수준에 어처구니없는 저가 입찰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신성약품 같은 대형 의약품 유통 업체가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성약품은 이런 의혹에 전면 부정했다. 1,259만 도즈나 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신성약품 운송 관리 부실 사건을 파헤치다 여권의 유명 정치 인사와 신성약품이 사돈 관계라는 점을 꺼내들며 서로 챙겨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신성약품을 떠나 물류 관리 시스템에서 문제가 이런 일을 일으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류 관리 시스템 체계 자체가 부실해 입찰은 질병관리청에서 물류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이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신성약품은 배송 과정 실수에 대한 잘못을 깔끔히 인정하면서 문제는 빠르게 종결될 듯 싶었으나 예상 외에 의혹이 나오면서 앞으로 해명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사과한 것처럼 앞으로 있을 난관도 잘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제 될 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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