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고속버스 시범사업의 현주소

장애인은 우리나라 국민이다. 국민이 이용하는 고향길 고속버스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무척 까다롭다. 이에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 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를 요구했고,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이용이 가능한 고속버스를 출범시켰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장애인은 우리나라 국민이다. 국민이 이용하는 고향길 고속버스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무척 까다롭다. 이에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 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를 요구했고,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이용이 가능한 고속버스를 출범시켰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벌써 1년째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고상 고속 버스가 2019년 10월부터 시범 운행 중이다. 그전까지 시외버스는 대체로 입석이 아닌 좌석형이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탑승이 사실상 제한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느새 시행 1년을 맞은 이 사업, 그동안 얼마나 잘 운행되었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오래전부터

위 법은 2005년에 제정되었다. 시행은 2020년. 15년의 세월 동안 장애인들은 지속적으로 권리를 주장했다. 2014년 1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며 세종시행 고속버스를 점거해 버스 출발이 불발된 일이 있었다. 각종 토론회가 열렸으나 개선되는 것은 없었고, 결국 그해 추석 전국에서 버스 탑승 시위가 일어났다.

이어지는 투쟁

그전에도, 후에도. 매년 상황은 비슷했다. 철도를 통해서 갈 수 없는 곳에 버스가 운행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명절 귀성을 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장애인은 휠체어가 탑승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속/시외버스 탑승을 거부당해야 했고, 이는 매년 명절의 시위로 이어졌다.

2018년 9월부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우등 고속버스가 공개됐다. 국토교통부는 광화문 광장에서 휠체어 이용자의 시승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2019년. 추석부터 시행하려던 휠체어 고속버스 운행이 10월로 연기되었다. 돌고 돌아 시행된 이 사업은 잘 운영되고 있나.

휠체어 고속버스 사업

2019년 10월 28일부터 운행된 휠체어 고속버스의 노선은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이다. 한 버스당 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으며 하루 평균 2~3회 운행된다고 한다. 시범 운행인지라 10개 버스업체에서 각 1대의 버스를 개조하였고, 결과적으로 총 10대가 운행 중이다.

노선은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다시피, 휠체어 고속버스는 주요 노선만 운행하고 있다. 이는 곧 철도와 상당히 겹치는 노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에 철도를 이용하던 휠체어 이용자가 일부 옮겨갈 수는 있겠으나, ‘휠체어 버스 운행을 촉구했던 이용자에게 이 노선은 필수적이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해야겠다.

시간은

하루 평균 2~3회 운행은 상당히 적다.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특히 아침 이른 시간 선택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이조차 3일 전에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탑승장에 최소 20분 전에 도착해야 탑승할 수 있다. 버스는 새롭건만 휠체어 이용자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3일 전의 이유

위의 ‘3일 전 예약’은 승강장치의 사용 방법을 숙지한 버스 운전자의 배치를 위함이다. 모든 버스 운전자는 비장애인을 위한 모든 장치 사용 방법을 숙지한 이들이다. 그러나 그중 휠체어 승강장치의 사용 방법을 숙지한 버스 운전자는 일부라는 것이 곧 ‘3일 전 예약’의 필요성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문제는 상당하다. 사용 가능한 휠체어 모델이 아닌 경우, 비상벨이 좌석 주변에 없는 경우, 심지어는 장애인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한 예도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 끝날 시범사업이 연말까지 연장됨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 속 소수의 자리는, 대체로 그 사회의 ‘소수에 대한 태도’을 반영한다. 이달로 1년이 된 휠체어 고속버스는 그러한 면에서 배려의 시도인 동시에 공감의 부족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때때로 소수이건만.

노력하지 않아도 공감이 자연스러운 사회는 언제나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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