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주식을 하는 개인투자자가 6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월급을 받아 은행에 꾸준히 저금을 해도 예금금리가 낮은 지금으로서는 저축만으로는 재테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탓에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이 늘고 있다. 특히 더 이상 은행에 돈을 보관만 하는 것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20, 30청년층들이 최근 주식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와중에 소위 말하는 ‘동학 개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은 ‘내가 정당하게 번 돈을 효과적으로 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게 만드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요건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게 변경한 것이다.


3대가 합쳐 3억 원,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가?


지난 9월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하며 한 달 만에 참여 인원이 21만 명을 돌파했다. 대주주 양도세란 대주주에 해당되는 투자자의 양도차익에 최소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3대에 걸친 가족의 투자 금액을 모두 합산해 3억 원 이상이 될 시에 대주주로 간주하고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어 반발을 샀다. 조부모, 부모, 배우자의 보유 주식을 모두 합해 3억 원이 넘으면 해당되므로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걷잡을 수없이 커지자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족합산을 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국민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대주주의 기준을 3억 원에 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크다. 현실적으로 그 정도의 금액을 가진 사람이 대주주라고 불릴 만한 영향력을 기업에 미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인데 국가가 증세를 위해 꼼수를 부린다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논란이 계속되자 주식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던 동학 개미들이 이탈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주가 변동까지 우려돼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단순히 보유한 주식이 3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것뿐만은 아니다. 이들은 주가의 변동 역시 염려하고 있다. 양도세 요건이 하향되기 이전에도 연말이면 대주주 기준에서 벗어나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해서 회피 매물을 내놓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런데 이번엔 기준이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려오게 됐으니 이에 해당되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해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주주에 해당되기 위한 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대상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세로 인한 주가의 변동이 있었는데, 기준이 3억 원으로 낮아진다면 파장이 더 클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의해 전체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대주주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개인투자자라도 함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투자가 장려되는 사회 분위기에 이제야 개인투자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개편으로 인해 국민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게 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주식 시장의 진입 매력이 낮아지면서 신규 투자자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국내 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에 투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해외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수익의 22% 수준을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 국내 투자를 할 때 부과는 세율이 이와 비등해지면서 해외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증시 불안을 고려해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 양도세 과세가 확대되는 2023년까지만이라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양도세의 딜레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족 합산 방식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주주의 기준을 3억 원으로 유지하는 것은 이미 2017년 하반기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의 과세 형평 차원을 위한 것’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과세형평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현행 주식 과세 제도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소득 등의 소득에는 일반적으로 정해진 만큼을 과세하는 반면 주식을 양도하면서 얻는 차익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맞다. 조세 형평을 고려하고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조세 제도 트렌드에 맞춘다면 정부에서 하려는 주식 양도세 개혁이 흐름에 맞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과도기를 겪으며 갈팡질팡 해야 하는 국민들은 이에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갑자기 변화한 제도로 인한 혼란의 직격탄을 맞아야하기 때문이다. 하필 지금이 코로나19 사태의 극복과정에서 ‘동학개미’의 역할이 커진 시기라는 것도 문제다. 개인투자자가 많아지면서 개혁에 반발심을 느끼는 사람의 수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미 과세 대상 기준 강화에 대한 의지는 밝혔으니 개혁의 방향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반발을 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면 국민이 어느 지점에서 반대하는 것인지 이해하고 절충안을 제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지 않고 주식 장기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발언처럼 600만 개인투자자의 반발심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것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