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사 국가고시, 재시험은 이루어질 것인가?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2020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여 파업한 일은 이미 충분한 논란이 되었다. 당시 논란이 된 또 하나의 사건을 꼽자면, 바로 의대생들의 집단 국가고시 응시 취소다. 지난 8월 26일, 정부는 수도권 지역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발령했다. 동시에 의사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의 응시도 취소하며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페이스북에는 관련 글이 적혀 있다. 의사 국가고시 전체 응시자 대비 응시 거부 찬성 비율이 81.5%로 최종집계되었으며, 국시 접수 취소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가 바로 전무후무한 ‘접수 인원 446명’이다.


의대생의 성명서


의협은 일명 4대 악 의료정책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재논의를 진행하겠다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그에 따라 전공의들도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 의대생들은 단체행동의 명분을 잃었다. 그 결과 지난 9월 24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이 국가시험 응시 의사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으며, 여론은 이에 다소 부정적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론


여당과 정부는 재응시 기회 부여를 검토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뜻을 전했다. 국가시험의 추가적인 기회 부여는 형평성과 공정성 면에서 특히 국민의 양해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성명서에서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응시 기한을 이미 두 번 늦췄는데도 의대생의 거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재시험을 위해 특히 국민적 동의가 중요해 보인다. 지난 9월 23일 마감한 국시 접수 취소 의대생 구제 반대 국민청원 동의 인원이 57만명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보아 정부와 여당이 재응시 기회를 선뜻 내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의대학장들의 호소문


다음은 지난 9월 24일 발표된 전국 40개 의과대학장의 호소문 일부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의료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 2,700여 명의 의사들이 배출되지 못한다면 전국의 많은 보건지소의 공백과 병원의 의사 수급 문제로 인하여 국민건강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감염병을 포함하여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질병은 국민 여러분께서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치가 아닌 의료로써 풀어가야 합니다. 지난 대구지역 코로나19 사태 때에도 의대 졸업과 동시에 공중보건의가 된 742명을 3월 달에 조기 임용하는 특단의 조치로 성공적 방역에 크게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 생사를 가르는 응급상황의 경우 환자들은 형평성보다는 질병의 경중에 따라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함께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위기상황이며 국민, 정부, 언론 그리고 의료계가 모두 힘을 합쳐 넘어야 할 매우 큰 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을 넘어섰고 2차 대유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4-6년간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2,700여 명의 의사들은 반드시 배출되어 코로나 현장에 투입됨으로써 국민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의료계는 전문가집단으로서 이러한 의료공백이 국민건강수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의료현장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국민 여러분께 간절하게 호소드립니다. 정부가 신속하게 국가고시의 기회를 마련하여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깊은 이해와 함께 정부가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분노, 그리고.


의대생들의 성명문에 국민에 대한 사과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지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들끓고 있던 여론의 반감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사과 요구는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잦아들지 않은 현 상황에서 전년도와 비교해 2천 700여 명 적은 수의 의사가 배출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게 들린다. 하지만 당시 의대생들이 응시 거부를 통해 뜻을 표하고 싶었던 것처럼, 지금의 국민은 반대를 통해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맨 처음 2천 700여 명의 응시 거부자가 나타났을 때, 이미 사람들은 의료공백을 두려워해야 했다고. 코로나 펜데믹 속 의료공백을 빌미로 협박하면 공정성도, 형평성도 없이 휘둘려 기회를 주어야만 하는 거냐고.

의과대 4학년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 요구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과를 원하는지 알고 있다면. 과한 처사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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