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은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금의 일부 의사들은 돈벌이에 혈안이되어 사람의 생명을 경외시하는 경향이 짙다.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인술은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금의 일부 의사들은 돈벌이에 혈안이되어 사람의 생명을 경외시하는 경향이 짙다.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개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수술실에서의 손짓 하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에 일을 하는 데에 특히 사명감이 필요하다.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의사의 손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집도의가 얼마나 성심성의껏 수술을 진행하는지,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가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수술을 환자의 동의도 없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의사들도 있다. 원가를 절감한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기 영업사원 혹은 간호조무사와 같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할 일을 맡기는 것이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대리수술 살인마들을 처벌해 주세요’라며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30개의 수술 작업대를 마치 공장처럼 갖춰두고 조직적으로 대리수술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대리수술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대리수술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인가. 문제는 이를 처벌하는 국가의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계속되는 봐주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의사들의 특권인가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대리수술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무려 747건에 달하는 대리수술을 간호조무사에게 시킨 의사가 받은 행정처분이 단 4개월의 자격정지에 그쳤다고 한다. 또한 권칠승 의원이 언급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이후 5년간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에게 총 28건의 처분이 내려졌으나 면허가 취소되는 사례는 5건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몇 개월간의 자격정지 처분만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의료기기 업체 대표를 총 100회에 걸쳐 수술 등에 참여시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게 한 의사 역시 단 3개월의 자격정지를 받았을 뿐이었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면허가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잠깐 정지되고 다시 의사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면허를 취소하고 강력하게 처벌을 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솜방망이 처벌만 계속되고 있다. 의사 면허의 성역화는 이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특혜 의혹도 있을 정도로 그 폐해가 크지만 현재로서는 섣불리 이를 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대리수술, 한 사람보단 시킨 사람을 처벌해야


모순적인 것은 대리수술을 지시하고 방조한 의사보다 그 지시에 따라 무면허로 의료 행위를 한 사람의 형벌이 더욱 강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황상으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을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면허 의료행위자는 이를 지시한 의사가 받은 처분보다 강한 처벌인 5년 이하의 징역형,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현실적으로 대리수술을 통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직접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닌 이를 지시한 의사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강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한 이런 행위는 반복되게 될 것이다. 이미 자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의사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을 내리고 있으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이제는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의사에게도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준하는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의료의 질이 중요하다 주장하고 싶다면


의사 한 사람이 수술대에 서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육은 굉장히 오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얻은 면허이니 쉽게 취소할 수 없다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해 수술할 기회를 얻었으니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의사 파업 사태에서 의사들은 ‘의료의 질’을 걱정하며 공공의대를 반대했다. 존엄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그만큼 높은 수능 점수를 가진 똑똑한 사람들만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질을 낮추는 것은 공공의료가 아니라 자격도 없는 사람들에게 수술을 맡기는 의사 본인들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의료의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매스를 남에게 넘기는 짓은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의사 면허를 침범해선 안 될 성역처럼 여기지 말고 이런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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