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이 발전할 수록 제조사와 소비자간의 직거래 시스템은 발전한다.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이 성장했던 근간이 됐던 각종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들이 수난을 받고 있다. 마치 '토사구팽'처럼 말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IT기술이 발전할 수록 제조사와 소비자간의 직거래 시스템은 발전한다.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이 성장했던 근간이 됐던 각종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들이 수난을 받고 있다. 마치 '토사구팽'처럼 말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된 이후로 화장품 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전부터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통구조가 오프라인 중심이던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을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되자 가맹점에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어들었다. 물론 화장품의 특성상 직접 보고 사야 정확한 색상을 알 수 있으며 개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지는 장점도 존재했다.

문제는 그런 장점을 뛰어넘은 온라인 쇼핑몰만의 장점이 늘어나고 있어 오프라인 가맹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직영몰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눈물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본래 값으로 사기보다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을 할 수 있는지가 매출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온라인 업체들은 본사에서 싼값에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한 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어 상시 할인이 가능하다. 물론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할인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정한 시기에 본사에서 내려준 할인율로만 행사를 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 이에 비해 온라인을 이용하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상시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게 됐다. 심지어는 방문해서 필요한 제품을 테스트만 해본 뒤 가맹점에서 구매는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결국 이익은 본사만 가져가는 식이다.

이런 유통구조의 변화에 더해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직영몰 운영에 힘을 쏟고 있어 가맹점주들이 더욱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는 팔지 않는 인기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가맹점 할인 제외 제품을 온라인에서만 할인하는 등 소비자들이 온라인 직영몰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국 가맹점주들은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매출이 급감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년 반 사이에는 아모레퍼시픽의 가맹점들이 브랜드 별로 최대 48%가 폐업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온라인 직영점, 가맹점의 영업권 보호에 문제가 없는가


아모레퍼시픽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생존권 위협 중단 및 상생 촉구’를 요구하기 위해 용산구 소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온라인 유통채널이 오프라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처하는 것에 대해선 법적으로 구비된 것이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서 이것이 문제가 없는지는 더 생각해봐야 한다. 본래 가맹점의 영업지역 내에는 직영점을 두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직영점과 상생하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이다. 하지만 가맹점보다 훨씬 혜택이 좋은 온라인 직영몰을 운영한다면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권이 더욱 보호받지 못하므로 위 제도에서 의도한 바가 지켜지지 못하게 된다.

유통구조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이 성장한 기반에는 수많은 가맹점들의 매출이 존재했다. 필요할 때에는 가맹점을 받아놓고 필요가 사라지자 온라인 사업 강화에만 집중하며 이들의 어려움을 방치하는 것은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생을 위한 본사의 노력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갈수록 늘어나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불공정 거래행위로 지적을 받게 되자 기업에서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6일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아리따움 가맹점 상생협약식’에서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 전국 아리따움 점주 협의회와 함께 상생 협약을 맺었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은 가맹점을 ‘중요한 채널이자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상생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협약의 주요한 내용으로는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지원, 재고 상품의 특별 환입, 폐업하는 점포에 인테리어 지원금 반환을 면제하는 식의 부담 완화 등이 있다.

또한 가맹점에서만 판매하는 전용 상품을 확대 공급하고 온라인 직영몰에서의 수익을 가맹점에 공유하는 ‘마이스토어’ 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또한 이날 협약을 맺은 것은 자사 브랜드인 아리따움이었지만 후에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다른 자사 브랜드의 가맹점에도 추가 지원을 할 예정에 있다고 전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이렇듯 본사에서도 지원을 확대하며 가맹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아모레퍼시픽에서 온라인 직영점을 키우려고 노력하며 소비자들의 소비 흐름 역시 온라인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이런 식의 지원은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것이다. 유통구조의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 가맹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든다면 아무리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폐업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도 이제 가맹점 문제에 대해 단순히 지원금을 확대하여 불만을 잠재우는 식의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오프라인 가맹점은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계약한 가맹점을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지적을 받을 때마다 임시방편 식으로 현금성 지원을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가맹점이 받는 충격을 줄이면서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상생할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비록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편을 들어주고 자체 브랜드와의 협의도 잘 마쳤으나 앞으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비판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서경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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