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안겨주었을까. 공모 주식에 대한 인식을 달리 볼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안겨주었을까. 공모 주식에 대한 인식을 달리 볼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보인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빅히트가 일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빅히트 개미들이 일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보다 먼저 데뷔한 SK바오이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일 당시 공모가의 2배인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이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빅히트 역시도 따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자신의 전부를 빅히트 상장일(15일)에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행운은 세 번이나 연속적으로 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공공기관이 버티기보다는 매도를 선택했고 주가 하락이 계속되자 개인 투자자들의 꿈도 돈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15일 코스피에 상장된 빅히트 시초가는 27만 원이었다. 시초가 27만 원은 빅히트 공모가인 13만 5000원의 2배 가격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가보다 높은 시초가에 의심하지 않고 대박 흐름이라며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한때 31만 원 대까지 주식이 상승하기도 했다. 그게 최고 상한가가 될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점차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날 거래 종가는 25만 8000원이었다. 시초가보다 1만 2000원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음날 바로 매도를 해야 하는 부류가 있었지만 30만 원 상한가로 시작한 투자자들은 팔면 손해였기에 조금 더 버티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히나 소액으로 시작한 개인 투자자보다 결혼 자금이나 아들의 대학 등록금, 대출 등 꽤 많은 액수를 넣은 투자자들이 팔기보다 버티기로 마음을 굳혔다.


인생 한 방 제대로 노린 개인 투자자들


마음을 굳힌 투자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은 공모가 4만 9000원에서 2배인 9만 8000원으로 시초가가 형성돼 12만 7000원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는 9월 10일 상장하여 공모가 2만 4000원에서 2배인 4만 8000원으로 시작해 6만 2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가 2~3일 동안 주가는 연속 상승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날이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개인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빅히트의 주식은 올랐을까? 그 다음 날인 16일 종가는 전날 보다 5만 7500원 더 떨어졌다. 본격적으로 위기를 직감했다. 25만 8000원이 20만 500원 수준으로 떨어져 개미 투자자들은 다급해졌다. 20일 빅히트 종가는 18만 2500원으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선 온통 빅히트 주가 이야기다. 눈에 띄는 글은 “빅히트 주식 환불 가능하냐”는 내용이었다. 읽어보면 사연이 애잔하다. 남편 몰래 아들 대학 등록금까지 모아 빅히트에 넣었는데 남편이 알고 이혼 통보를 받았다며 제발 도와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빅히트 주식 환불 처리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 광경이 만우절 장난같이 우스운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주식 환불 문의 글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하는 걸 보면 장난으로 넘기기에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이라고 보였다.


주식 환불 과연 가능할까?


그럼 특별한 경우 주식 환불이 가능한 사례가 있었을까? 주식 환불 가능하다는 글도 여럿 있었지만, 그건 애꿎은 네티즌들의 장난에 불과하다 증권사에 전화해 환불 상담을 하면 1회에 한하여 수수료 40% 납부 시 환불이 가능하다든지 인감도장을 찍어 제출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이런 내용들은 모두 가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검증 통한 건전한 투자 문화 점차 정착돼야


빅히트에 왜 무리하게 돈을 끌어모아 투자했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이렇게 답했다. “상장하자마자 투자하면 30%는 기본으로 오르니까”라고 말이다. 빅히트의 성장 가능성이나 BTS를 사랑하는 팬심에 투자한 것이 아닌 돈벌이를 위해 투자하는 행위는 투기와 같다.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돈을 벌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뒤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나쁘다 욕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 현실에 1분 1초가 지옥을 경험 중일 것이다.

아직 희망을 갖고 따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유는 BTS 병역 면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BTS 병역 문제는 빅히트 상장 전부터 대한민국의 큰 이슈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대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병역 면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 본인들도 병역 이행을 할 의지를 드러냈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건 등으로 형평성 논란으로 국정 운영에 한차례 어려움을 겪은 정부가 섣불리 결정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빅히트 상장과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주가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엇나갔다.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못할 정도로 큰 개미 지옥이 형성됐다. 빅히트 태풍이 주식 시장 전체의 영향을 끼쳐 주식 흐름을 읽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SNS를 통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세븐틴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한 식구 됐다는 소식을 올리기도 하면서 빅히트 민심을 잡으려고 시도도 해봤으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공정위도 빅히트 투자했다가 제대로 물려서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을 당했다. 민심은 차가웠다.

증권 계좌 개설이 쉬워진 만큼 온라인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안정적인 벌이가 어렵고 적금으로만 재산 증식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청년들 역시 재태크 수단으로 투자를 선택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면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흐름 따라 수익 내는 것도 좋지만 자기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피해를 그나마 줄이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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