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 사는 동안 누구는 손쉽게 또 누구는 피눈물을 흘리며 산다. 태어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름답다. 그러나 살기 위해 하는 노력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뺏고 뺏기고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원본 기사를 보려면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 사는 동안 누구는 손쉽게 또 누구는 피눈물을 흘리며 산다. 태어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름답다. 그러나 살기 위해 하는 노력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뺏고 뺏기고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퇴직 이후 노후 대비를 위해 자영업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중년들이 많다. 노후 준비를 위한 사업은 인생을 살면서 틈틈이 모아둔 돈의 상당 부분과 여기에 빚까지 지고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매장을 오픈하는 데에 필요한 금액이 높을뿐더러 투자한 비용을 고려해 흑자를 보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시작한 사업이 휘청거리게 된다면 자영업자는 때론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나머지 과잉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좌절을 맛보게 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매장을 운영하고자 대기업과 가맹점 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이중 교섭으로 인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이다. 피해자는 계약이 성사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피해자가 계약이 안 된 상태에서 많은 것을 미리 준비한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의욕이 앞서 경험의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계약서를 쓰기도 전인 교섭 단계에서 무효가 된다면 가맹사업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좌절된 예비점주의 꿈


인생 2막을 위해 CU편의점 운영을 꿈꾸고 있던 A씨는 점주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서 다른 점주가 운영하는 CU 편의점에서 5년여를 아르바이트하며 노하우를 익힌 것이다. 그런 A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A씨 동네의 CU 가맹점주가 올해 1월 사업을 접겠다고 한 것이다. A씨는 그 자리에 자신의 가맹점을 오픈하고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2월에 집까지 내놓았다.

A씨의 꿈은 거의 이뤄져가는 듯해 보였다. 편의점 사업을 접겠다는 해당 점주와 소통해 SC직급 대리를 만나 가맹점 오픈 의사를 밝히고 매출, 가맹점주 선정 진행 절차까지 안내받았다. A씨는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 믿고 5년 가까이 해왔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필요한 스쿠터, 노트북 등의 제품도 미리 구매했다. 또한 집을 내놓으며 양도세로 1억 3천여만 원을 납세했으며 신용도 점검을 위해 연말 세금까지 선지급해 편의점 운영을 위해 지출한 금액이 2억 원에 달했다.

그러던 와중에 A씨는 기가 찬 통보를 듣게 된다. 담당 SC 측에서 A씨가 오픈하려던 자리에 이미 다른 사람과 가맹점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A씨는 다른 경쟁 후보가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에 구두계약 역시 계약이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담당 SC는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계약서가 없다면 책임도 없는가?


A씨와 CU측이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A씨와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이후 다른 예비 점주와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CU 측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민법 상에는 권리 의무의 당사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신의와 성실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존재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면 계약을 할 때에 상대방이 특정 행위를 할 것이라 신뢰한 뒤 이에 따라 행동하게 됐다면 당사자의 정당한 기대는 보호돼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당사자 일방이 체결될 것이라 신뢰했던 계약이 무효·취소가 됐을 때 이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는데 이를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라고 한다.

A씨는 담당 SC로부터 해당 지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맹점 계약조건 및 정보들이 담긴 USB까지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픈 예정일과 교육 일정까지 안내받았으므로 A씨는 CU 측에서 가맹점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A씨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린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그리고 계약이 체결될 것을 믿고 안 팔아도 될 집을 내놓고 필요한 물품을 미리 구매하는 등의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으니 CU 측에서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갑질이라 볼 수 있는 이중교섭 가맹점 계약


이 일에 대해 CU 측에서는 ‘내부 소통 부족’의 문제였다 한다. 회사는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으나 이미 가맹점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A씨가 받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전부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가맹점주를 고르는 것은 대기업의 권한에 달려있으며 개인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약자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교섭 단계’에서 계약 의무를 위반한 것은 대기업의 권한과 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계약은 대기업에겐 수많은 계약 중 하나일 테지만 A씨에겐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한 일생일대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회사 측이 말하는 ‘내부 소통의 문제’는 A씨가 점주가 되기 위해 그동안 들여왔던 노력과 기대를 보상하기엔 역부족이다. CU는 A씨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갑질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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