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황규성 기자] 출퇴근 사고관련 산업재해 신청 중 53%가 출퇴근 산업재해로 인정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은 이른바 노동개혁 4법 일괄처리를 주장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처리가 늦어져 출퇴근 산재승인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출퇴근 재해의 산재 인정’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와 달리 한국은 1963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정 뒤에도 행정해석과 법원 판례로 ‘출퇴근 사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해왔다. 노동자가 출퇴근 수단과 경로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으니 회사의 지배·관리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일부 혜택노동자를 제외한 대다수 비혜택 노동자의 출퇴근재해를 산업재해의 인정범위에서 제외한 현행 산재보험법이 차별이며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 내년 말까지 산재보험법을 개정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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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화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의 몽니로 1년 넘게 산재승인 받았어야 할 사람들이 애꿎게 피해를 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불합치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국회가 출퇴근 재해를 광범위하게 산재로 승인하는 내용의 입법을 미룰 수 없다”며 신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전체 신청건수 3,458건 중 1,646건(47.6%)만 산재로 인정받고, 1,812건(52.4%)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출퇴근 중 재해 관련 산재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8월 현재까지 출퇴근 재해신청 건수는 3,458건에 달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제1항 제1호 다목(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따라 산재 승인된 건수는 1,646건이고, 나머지는 1,812건은 산재보상보험법상 출퇴근 산재적용 조항에 해당되지 못해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입법 구제 가능성 열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29일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조항(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대 국회에서도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출퇴근 재해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출퇴근 시 발생하는 재해까지도 산재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고용노동부가 노동4법과 함께 패키지 처리를 주장하면서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 YTN캡쳐

그러나 지난달 29일 헌재의 불합치결정에 따라 국회는 출퇴근 재해발생에 대해 산재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을 재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닌 자전거나 자가용 등으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게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도록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가 산재보험법 제37조1항 제1호 다목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3(합헌) 대 6(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으로 선고하면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마저 사라지는 법적 공백 상태를 우려해 2017년 12월 31일까지 잠정 적용토록 했다. 

해당 조항은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도보나 자기 소유 차량,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통상의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 취급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 2016년 9월 28일 기준, 심사 재심사 행정소송 결과 반영>자료=김삼화 의원>

헌재는 "합리적 이유 없이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차별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해당 조항이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고 업무 그 자체로도 볼 수 없는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산재보험의 목적과 성격,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춰볼 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혜택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일 뿐 해당 조항 자체의 위헌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1년 11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넘어지면서 버스 뒷바퀴에 왼손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 신청을 냈지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소송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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