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공공기관으로서 현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체험형인턴' 채용으로 그 법정기준을 맞추는 꼼수가 지적되고 있다.

직장 체험형 청년인턴제도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인력운영 가이드라인>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최대 3개월까지 근무하고 차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체험형인턴' 채용으로 경영평가의 ‘정부 권장 정책 이행’ 분야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 항목의 평가 결과는 3년 내내 만점을 받기도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법 제 28조의 2항(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특례)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수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장애인 고용 증진 협약’을 맺어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과 고용 증진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 장애인 고용증진 협약서 (자료:국감자료)

이에 대해 박찬대 의원은 “직장 체험형 인턴을 고용해 정부 권장 정책과 장애인 고용 법정 기준을 지켰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기술보증기금의 평가를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언급하며, “사회적 약자 고용에 힘쓰는 것처럼 보이는 ‘허울 좋은 고용률’이 아닌, 본래 입법 취지에 맞도록 장애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고용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은 공공기관으로서 현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는 의무가 있고, 2010년 장애인 고용 증진에 앞장서겠다는 협약을 맺은 적도 있지만 최근 4년간 단 한명도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의원(정무위원회, 인천연수갑)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정규직으로 고용한 장애인은 전무했다. 또한, 기술보증기금은 상시근로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법정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매년 정규직이 아닌 ‘직장 체험형 인턴’ 혹은 대체인력으로 고용했다. 

기술보증기금의 ‘연도별 청년인턴 현황’을 보면 매년 고용하는 청년인턴 총 채용인원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특히, 2013년의 경우에는 채용된 청년인턴 중 약 37%가 장애인이었다. 이는 장애인 정규직 고용이 매년 전무한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정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한다는 법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직장 체험’ 수준에 불과한 인턴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 자료:박찬대 의원

 

◆ 장애인고용 저조기업 633곳 중 SK, LG, 롯데 등 24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64곳이 포함

장애인들이 여전히 ‘좋은 일자리’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 실적이 현저히 낮은 국가·자치단체 9곳, 공공기관 20곳, 민간기업 604곳 등 총 633곳의 명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5년 6월 조사를 토대로 장애인 고용 저조기관 1,084곳을 선정하였고, 지난 3월말까지 장애인 고용 노력*을 기울인 452개 기관을 제외한 633곳이 명단공표 대상으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첫째,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인고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30대 기업집단의 경우 6개 기업집단(현대자동차, 한화, 삼성, 두산, 에쓰오일, 동국제강)을 제외한 SK, LG, 롯데 등 24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64곳이 포함되었다. 

▲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 (자료: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 중 가장 많은 계열사가 포함된 기업 집단은 포스코(7곳), 동부(5곳), GS·현대중공업·한진·신세계·CJ·금호아시아나(각 4곳)순이었고, 계열사 36곳은 2회 이상 연속으로 명단에 포함되었다.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계열사도 실리콘웍스(LG),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 등 2곳이나 있었다. 

둘째, 장애인고용을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에서도 국회 및 8개 교육청 등 총 9곳이 포함되었으며, 이 중 국회와 서울·부산·대구·인천·경기·충남교육청은 10회 연속 명단공표에 포함되어 여전히 장애인 진출을 가로막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업종별로는 도매 및 소매업(39.9%), 건설업(28.7%), 금융 및 보험업(26.4%) 등에서 300인 이상 기업 중 명단공표 포함 기업 비율이 전체 평균인 17.7%를 크게 상회하였는데 특히 인기직종인 금융 및 보험업에서 씨티은행, 외환은행(現 KEB 하나은행),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장애인 고용률이 1%에 미달하는 기업이 79.5%에 이르는 등 주요 금융사들이 명단공표에 대거 포함되었다. 

한편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기관도 41곳이나 되고, 지오다노, 엘브이엠에치코스메틱스(유), 에이에스엠엘 코리아(주), 휴먼테크원 등 4곳은 현행 명단공표제도가 시작된 ‘08년부터 현재까지 13회 연속 명단공표에 포함되었다. 

문기섭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30대기업, 교육청, 금융업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들이 대다수 명단공표에 포함된 것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우리사회의 무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다음 명단공표 시에는 연속 포함 기관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 강화, 장애인 채용계획 이행 권고 등을 통해 공표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및 장애인 직업능력개발훈련 인프라 확충 등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체 장애인 고용률(자료:한국장애인고용공단)

◆ 같이 협약했던 부산시..‘장애인 취업지원 후견인제’ 시행1년, 1100여명 취업성과 올려

부산시는 취업취약 계층인 장애인 취업지원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기업체 대표 및 사회봉사단체임원 등 사회지도층을 후견인으로 발굴하여 5월 기준 1,000여 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발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일자리 TF팀을 설치하여 기업체 현장 방문을 통한 일자리 발굴과 장애인 채용박람회, 장애인 호텔리어 프로젝트, 대형마트 장애인 전문인력 양성 및 의료기관 장애인 취업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요 협약내용으로는 △부산시와 교육청, 부산대학교병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민간부문 장애인 고용증진을 위해 적극 노력 △부산시는 행정기관 및 산하기관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민간 부문 장애인 고용증진을 위한 정책마련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 강구 △협약 참여기관은 장애인 고용친화적인 근무환경 조성과 장애인 의무고용률 조기달성을 통한 고용증진에 적극 앞장선다는 내용이다. 

서병수 시장은 “장애인 한명의 일자리는 장애인에게는 사회와 연결될 수 있고 경제력을 가지게 되는 의미있는 기회이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장애인일자리통합 지원센터설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확대 등 부산시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 할 수 있는 기업환경과 인식개선을 위해 공공기관도 앞장서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 자료:고용개발원

 

◆ 민간기업에서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차별 해소

LG생활건강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밝은누리'라 불리우는 이 사업장은 일례로 ‘밝은누리’는 기존 건물의 개보수를 통해 지체 장애인 근로자가 편리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장애인용 화장실, 출입구 경사로, 장애인용 승강기 등을 설치했다. 

또한 탁구장, 당구장, 체력 단련실, 의료실, 안마기계, 매점, 카페 등 각종 부대시설을 제공하고 2000여권의 도서가 구비된 북카페를 오픈하여 직원들의 능력 계발을 도모하는 등 복리후생 관련 다양한 편의시설도 제공해 왔다. 

‘밝은누리’는 향후에도 LG생활건강과 연계해 다양한 직무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의 업무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청주지역 장애인 특수학교 및 복지관 등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장애인 고용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밝은누리’가 2016년 ‘올해의 편한일터’ 부문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 당시 노상식 ‘밝은누리’ 대표는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등 나눔과 상생의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장애인 근무환경 개선에 노력한 기업을 선정해 올해의 편한 일터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올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밝은누리’는 장애인 편의 증진을 위한 쾌적한 업무공간 설치와 장애인 고용률 확대 및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정부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화장품업계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수상에는 유진택시와 올컴이 받았다. 유진택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건물 내부를 알려주는 촉지도식 점자안내판을 설치했고, 장애수당을 신설해 지난해부터 연간 6000만원을 장애인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올컴은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치아 정기검진 무상지원 등 복리후생을 제공한 점을 인정받았다.

 

◆ 교육 여건`근로 환경 개선 우선돼야

5일 서울연구원 인포그래픽스 212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장애인 39만 명 중 12만명이 취업해 31.4%의 고용률을 보였다. 

직업은 단순노무 종사자가 26.8%로 가장 많았고 사무 종사자 15%,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14.9%,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12.3% 등 순이었다. 

장애인이 취업한 사업체의 종사자는 1~4인 38.6%, 10~49인 23.7%, 5~9인 14.3% 등 순으로 절반 이상(52.9%)이 10인 미만 영세사업체에 근무했다. 

공공기관들은 "장애인 고용을 늘리려면 인재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란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기업지원부 차장은 "공공기관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격 요건을 갖춘 장애인 응시자가 별로 없고 이 때문에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3%대를 넘긴 기초자치단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무 능력을 갖춘 장애인 지원자가 드물고, 지적 장애가 있으면 단순 반복 업무를 맡기는 것 외에는 다른 업무를 시킬 수가 없다는 것. 동구청 장애인복지 담당자는 "장애인들도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고용 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무작정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려고 하기보다는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충고한다. 조원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이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장애인을 위한 근로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금세 그만두는 경우가 적잖다"며 "장애인이 어떤 일을 맡든지 그곳에 적응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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