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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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지난 3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국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의 채용에 지방대 출신자를 50%까지 할당하는 방안과 하위직 공무원을 선발할 때 부분적으로 지방 할당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도록 몇 년 후에 실시할 것을 전제로 할 것이라 밝혔으나 그 외 공공기관의 경우 적용 시기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취업준비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다.

수도권 출신 대학생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도 있으며 정부가 ‘기회의 평등’은 무시하고 ‘결과의 평등’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현상의 완화를 위해서 이를 강행해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할당 채용


이와 같은 정책의 도입이 필요한 것은 현재 한국이 심각한 지역불균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오천만 인구 중 무려 약 970만 명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물리적 크기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얼마나 한 도시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몰려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인구가 몰린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지방대의 입지 역시 갈수록 좁아지는 상태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수도권 외 지역 소재 대학교 220개교 중 2024년에 신입생 충원율 95%를 넘기는 학교는 단 한곳도 없을 것이며 3곳 중 1곳은 신입생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학교의 존립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의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대학교가 있을 경우 청년 인구의 유입으로 인해 자영업, 원룸임대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함께 증가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렇기에 대학교가 사라진다면 지역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북 남원의 서남대가 폐교한 이후 학교가 있던 자리가 슬럼화되고 식당, 임대사업 등에 타격이 가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세명대학교와 대원대학교가 있는 제천시는 이 두 대학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지방대의 존립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지방대를 일으키는 것은 지역 전체를 살리는 데에 필요하다.

현세대의 학생들이 수도권의 대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함이다. 공공기관 채용은 특히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채용에 지방대 출신자를 할당한다면 이를 고려해 지방대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고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가로서는 지역경제 붕괴를 막아 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지방대를 살려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정책은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할당 채용…수도권 대학 학생에 대한 배려는


이번에 발표된 지역인재 채용 제도는 전체 채용 인원 중 지역인재의 비율을 50%로 높이고 30%를 해당 지역인재, 나머지 20%를 타지역 지방대생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제도이다. 그런데 공공기관 채용에선 이미 이전부터 학벌 지상주의 타파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등의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서류 전형에서 출신학교, 학점 등의 정보를 기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학벌, 지역과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공정하게 채용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서류 심사에서 심사하지 못한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의 기초직무능력평가 필기시험과 PT면접 등 다른 절차의 난이도가 어려워지며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은 이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며 이미 수도권 대학에 대한 혜택을 없앤 공정한 채용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데 여기에 지역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지방대 출신 할당제까지 도입한다면 이는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지방대 학생 할당제로 인해 더욱 좁아진 채용 문까지 뚫어야 한다.

이 외에도 서울에서 20년간 공부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간 학생을 진정한 지역인재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반면 평생 지방에 살다가 대학교만 수도권 소재지의 학교를 간 학생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지역인재 채용 확대 방안의 불공정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지방대학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결과의 평등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한 허점이다.


필요하나 다양한 조건의 고려가 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방대 할당 채용 외에도 공공기관이 수도권에서 얼마나 멀리 있느냐를 따져 세금 부담을 다르게 지우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며 지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구 유출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에 쳐해 있는 지역들을 생각했을 때 이런 노력들은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이에 껴서 불이익을 봐야 하는 현 20대 취업준비생들이다. 부모 세대로 인해 발생한 지역 불균형 문제를 고스란히 이들이 부담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공급되지 않아 공공기관 취업에 대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그동안 노력해왔던 취업준비생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결과만을 생각해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비율, 적용 시기 등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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