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전담사들 하루 파업 돌입 ‘부족한 인력 교장들이 채우기로’

그래픽_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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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대한민국은 맞벌이 시대를 맞이했다. 아빠는 물론 엄마들도 집에 벗어나 직장을 다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자연스레 부부들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졌다. 자식이 중·고등학생이면 걱정이 덜하겠지만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일하는 동안에도 자식 걱정이 될 것이다. 그들은 퇴근하기 전 자식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정부는 이러한 맞벌이 부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가정, 한 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위주로 운영된다. 그렇다고 초등 저학년만 초등 돌봄 교실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 여건과 학부모 수요에 따라 대상 학생을 초등 저학년에서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시켜 운영할 수 있다.


초등 돌봄 전담사의 하루 일과


초등 돌봄 교실에서 초등학생을 잠시 보육하는 사람을 우리는 ‘초등 돌봄 전담사’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1만 2천 명의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초등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해주거나 별도의 수업을 하는 등 재량껏 시간표를 꾸려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주 업무이다. 오후 돌봄 교실에 참여한 학생이 추가적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저녁 돌봄 교실도 담당해야 했고 초등 돌봄 교실 참여 학생이 아니더라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1개 이상 참여한다면,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 교실 학생으로 분류되어 있어 그들도 초등 돌봄 전담사가 맡아 보육해야 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걸로 그들의 업무는 끝인 걸까? 초등 돌봄 전담사는 아이 돌봄 교육과 함께 에듀파인에 수업 기안을 제출해야 했고, 연간 계획서 작성 등 문서 작업도 해야 했다. 학부모 간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일도 돌봄 전담사에게는 필수 조건이다.

평소 초등 돌봄 전담사가 잠시 아이를 맡아주는 일만 하니 업무는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정 업무도 상당했고 인간관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었다. 근무시간도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력과 정신무장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금 학교는 격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돌봄 아이들은 매일 관리해야 했기에 업무의 강도는 전보다 더 높아졌다.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던 초등 돌봄 전담사들은 업무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그 수는 한참 부족해 교사들이 나와 일손을 걷고 있다. 이에 초등 돌봄 기피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돌봄 노조가 분노하게 된 계기는 ‘온종일 돌봄법 벌안 발의’로부터


이런 가운데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온종일 돌봄법’을 발의하면서 노조와 교육부의 갈등은 벌어졌다. ‘온종일 돌봄법’ 법안의 핵심은 돌봄 교실 운영 주체를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초등 돌봄 전담사들은 ‘온종일 돌봄법’ 철회를 위해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노조를 설립했다. 초등 돌봄 전담사들은 온종일 돌봄법 발의는 돌봄 전담사 고용과 처우를 불안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온종일 돌봄 법제화는 필요하지만 지자체 이관 민간 위탁을 끼워 넣은 법제화를 용납할 수 없다”라며 지자체가 돌봄 교실을 책임지는 건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자체는 아직 운영 경험이 부족하고 운영 인프라, 재정이 부족하기에 돌봄 교실을 민간 위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에 발언도 덧붙여 설명했다.

연대회의는 ‘온종일 돌봄법’ 폐지와 함께 ‘8시간 전일제 전환’도 꺼내들었다. 초등 돌봄 전담사들은 4~5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돼 급여를 받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 외 공짜 노동’으로 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는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연대회의는 ‘8시간 전일제 전환’을 통해 노동 시간을 8시간으로 인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제시했다.


돌봄 교사 파업 예고에 하루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비하는 교육감


지난 3일 교육부는 돌봄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잠재우기 위해 돌봄 노조와 교원 단체, 학부모 단체, 교육청 등을 모으며 ‘초등돌봄 운영개선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당국에 협의체 구성 제안에 파업 예정일 전에 파업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협의체를 구상하자고 제안한 교육당국을 두고 꼼수를 부렸다며 비판했다.

연대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과 대화를 이미 해봤지만 ‘8시간 전일제 전환’에 관해선 교육청은 “근무 시간 확대는 임금 관련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라는 입장을 취했다며 ”1차 파업(6일) 후 진전이 없다면 추가 파업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돌봄 노조에 현재 참여하겠다고 밝힌 단체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으로 약 6000 여명이 파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연대회의는 전했다.

돌봄 노조 파업은 교육감과 학교 모두 긴급 비상사태로 받아들여졌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5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교육감은 돌봄 교사들의 파업이 예고됐으니 학교 교장들과 교육장이 직접 나서 그들의 공백을 메꿔 돌봄 학생들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돌봄 아이들은 지금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장소와 이를 감독·관리해 줄 보호자가 필요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돌봄 노조와 교육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애꿎은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돌봄 노조들은 자신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파업 투쟁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예고된 파업을 막기 위해선 교육부가 대담해져야 한다고 본다. 파업을 최대한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선 교육부가 먼저 양보하고 협상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게 해줘야 한다는 소리이다. 돌봄 노조들의 권리 향상과 함께 돌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돌봄 교실에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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