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은 근절되지 않는 것인가. 연예인 악성 댓글로 피해를 보는, 때론 극단적 선택으로 비보를 알리는 이가 많았다. 한데 최근 평범한 한 대학생이 악성 댓글로 아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기자>
악성 댓글은 근절되지 않는 것인가. 연예인 악성 댓글로 피해를 보는, 때론 극단적 선택으로 비보를 알리는 이가 많았다. 한데 최근 평범한 한 대학생이 악성 댓글로 아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지난달, 한 대학생이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악성 댓글이 달린 곳은 ‘에브리타임’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에브리타임은 전국의 대학생 45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시간표 기능과 함께 수많은 대학생들이 익명으로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대학생 A씨는 위로를 얻고자 이 익명 게시판에 자신의 감정을 쓴 글들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익명의 게시판 이용자들은 A씨의 글을 보고 ‘죽을 거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와 같은 악플을 적었으며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악플 달기를 멈춰달라고 부탁했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A씨는 유서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온갖 악플에 많이 괴로웠다’며 자신의 핸드폰에 고소를 위해 캡처한 악플들이 있음을 언급하며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을 적었다. 유서를 발견한 유가족들은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악성 댓글들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한 에브리타임에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서울 혜화경찰서는 악플을 단 가해자들의 IP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에브리타임을 압수수색해 서버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불쾌감 느낀 이용자 많으나 관리 미흡해···


에브리타임의 악성 게시물, 댓글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무려 400여 개의 대학교와 연계된 국내 최대의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년참여연대가 발표한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 관련 이용자 설문과 대학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무려 어플 이용자의 79.1%가 비방, 소수자 혐오, 사이버 불링 등으로 인한 불쾌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음란 표현, 정치적 편향성, 사칭, 사기 유형의 글들이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이용에 불쾌감을 줬다. 이용자의 50.4%는 에브리타임 측의 이용규칙과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온라인 학생 인권보호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아 신고 및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신고를 접수해도 익명 게시판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렵고 피신고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리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는 지난 10월 8일 ‘에브리타임 내의 소수자 차별, 비하 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에브리타임이 대다수 대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영향력이 크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자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 촉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시민 단체에서도 에브리타임의 악성 댓글 방치에 책임을 묻는 ‘학내 사이버 불링·혐오 표현 방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에브리타임에서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운영자 측에서의 관리 


이처럼 대처가 미흡했던 에브리타임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자 커뮤니티 및 플랫폼 운영자 측에서 칼을 빼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욕설 및 비속어를 필터링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의 신고를 받아 차별 및 혐오 표현을 삭제 조치하고 있으며 악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제재도 진행하며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댓글 영역을 사라지게 하는 기능과 특정 아이디가 작성한 댓글을 보이지 않게 하는 ‘덮어두기’ 기능도 도입했다. 그리고 다수의 이용자가 덮어둔 댓글과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댓글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측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사 댓글 중 악플을 탐지하고 숨기는 기능인 클린봇을 개발했다. 클린봇 기능을 통해 숨겨지는 댓글은 약 5~10%를 차지하며 악성 댓글 탐지 정확도는 약 95%라고 한다. 현재는 악성 댓글이 많이 작성되는 연예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제는 악성 댓글을 사이트를 이용하는 작성자들의 일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 측에서 직접 제재하며 관리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서는 금지 행위 목록을 정해놓고 있긴 하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별다른 구속력이 있는 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효용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미흡한 조치로 인해 심각한 악성 댓글을 막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으니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에브리타임, 이젠 책임져야 할 때


사망한 A씨의 어머니는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서 함부로 말을 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에브리타임 측의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비록 피해자의 원했던대로 악성 댓글을 작성한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에브리타임을 압수수색하고 아이피 주소 파악에 나섰으나 이미 피해자가 발생한 이상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밖에 되지 못한다. 이제는 운영자 측에서 책임을 지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에브리타임 운영자 측에서는 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커뮤니티 운영 규칙을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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