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는 한양대 오창수 교수 사회로 진행됐다. 2명의 발표자와 11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뉴스워커

[뉴스워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3200만을 넘어서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보험업계들은 높은 손해율의 이유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들며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 비난했다. 자동차보험처럼 실손보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손보험의 심평원 위탁심사는 없다"고 선을 긋자 "보험사측에서 자체 전문심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의료계는 상품설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단 팔고보자'는 보험사 행태를 지적했다. 상품설계 미진으로 제대로 된 손해율 통계조차 없는데도 무조건 의료계 탓으로 몰아가는 점을 겨냥했다. 의료쇼핑에 대해서도 "소비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지불한 만큼 그 최대치를 이용하고 싶어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신형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보험사들은 진료비 관리체계 미흡 문제가 있어, 손실이 발생하면 보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으며 가입자의 편의성 증진 및 급여비 지출 등 서비스 관리가 미약한 상황"이라며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인식 및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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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건강보험공단

◆ 손해율 124%넘는 실손보험...소비자(환자), 의료기관, 보험사 도덕적 해이가 원인? 의료계 도덕성과 함께 실손보험제도 합리성도 병행돼야...공청회 발언들

실손보험의 문제점으로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 확산, 보험사 손해율의 지속적 상승, 실손보험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 판매로 지목됐다. 해결책으로는 '비급여 관리'가 주요 화두였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민영 보험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3200만명의 가입자가 있을 만큼 국민보험으로 꼽히는 상품이지만, 과잉진료 등으로 손해율이 124%수준에 이른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보험상품구조 개선, 실손보험 단독형 활성화, 보험료 차등제, 비급여 관리 등 4개의 큰 틀 안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한다.

이에 의료계는 저수가 체계에서 발생한 비급여만을 범인으로 몰아가기보다 보험사 내부의 잘못된 설계와 소비자를 호도했던 홍보 등을 돌아보라는 자성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계리학회와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하세요"라는 잘 알려진 보험사의 광고 문구처럼 환자들은 의심 없이 모든 보장을 염두에 두고 실손보험에 가입을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구조와 일부 과잉진료 등의 이유로 손해율과 보험료 인상이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

▲ 자료:보험연구원

복지부는 말 많은 보험사 손해율을 점검할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보험사 손해율을 두고 논란이 많다. 객관적으로 손해율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급여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 심사는 "반대"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과장은 "자동차보험처럼 심평원에 비급여를 위탁심사하자는 주장에는 '반대'다. 심평원은 국민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며, 향후 건보 보장성이 확대되면 심사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비급여까지 심평원이 심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비급여항목을 관리하는 진료비 실태조사 및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현황조사 분석 및 공개제도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중”이라며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분석·공개작업 실효성 제고와 비급여 표준화정보의 의료기관 사용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손주형 보험과장도 “비급여부문과 실손보험이 빠르게 팽창하다 보니 통제·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가야 하는 문제다”라며 “과잉진료·의료쇼핑 등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 환자 및 병원 문제로 매도되는 부분을 해소시키고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뭔가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방안 (자료:금융위)

◆ 소비자에게 피해 전가...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으로 손실 만회.."도덕적 해이 논하기 전에 보험사 손해율 객관화부터"

의료실손보험과 관련해 가장 소비자불만이 많은 것은 가입당시와 다르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을 지연하면서 생기는 불만과 판매원의 불충분한 설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보험료 인상 등 보험사의 일방적인 계약변경에 따른 불만이다. 

정부는 보험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이유로 보험업에서 각종 규제완화와 보험요율 자율화, 각종 통제장치의 폐지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산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경영의 투명성이나 합리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지나치게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강정화 회장)과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의료실손보험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4년도에 707건에서 2015년 2,08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5% 크게 증가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비급여 진료비 관리와 관련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정부에 개선 방안을 강구토록 요구했다.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제도, 진료비 실태 조사, 진료비 확인 제도 등 비급여 진료비 관련 제도들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비급여 진료비 조사 및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취약하고 비급여 진료비의 표준화 수준이 미흡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시행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항목의 조사 및 공개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지연에 따른 불만은 2014년 150건에서 2015년 505건으로 전체 소비자불만의 23.5%를 차지하고 있다. 지인을 중심으로 가입권유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가입당시 상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설명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가입당시 보장내용과 실제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불만과 임의가입이나 청약서 대리작성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불만이 전체의 18.5%를 차지하고 있다. 납입보험료 상승 등 보험사의 계약내용이 변경되면서 생기는 불만이 14.3%를 차지하고 있다. 

▲ 사진:한국소비자연맹

보험료상승에 대한 소비자불만은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험회사가 치료비의 80~100%를 보장하는 의료실손보험은 가입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병원이 불필요한 진료를 하거나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의료기관이 방문한 환자에게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후 비싼 진료를 권유하는 진료행위가 관행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병원들의 도덕적해이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이는 국가적인 의료비의 증가와 보험사의 손해율 증가로 이어지고, 보험사들은 보험료인상으로 손실을 만회하며 대다수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보험처리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과 환자가 협의해 불필요한 입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해 의료비의 상승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환자가 입원실을 구하지 못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5개 실손보험사의 약관을 분석했으며 소비자의 책임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청하거나 지급규정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부분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또한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의료관행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함께 부당한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증가의 원인이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면서 나타나고 있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및 적정성여부가 평가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이 필요한 대목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은 새 상품이 어떻게 바뀌는 것보다 기존 계약 손해율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실손보험의 경우에도 이미 3200만건 넘게 팔아놨는데, 비급여 표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계약자들의 손해율 관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사람일수록 기존 상품 해약을 더 꺼릴 텐데, 기존 계약의 도덕적 해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비급여 의료비 표준화 말고 딱히 푸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 자료:건강보험공단

◆ 실손보험 ‘반쪽’ 개선… 비급여 표준화는 멀다

정부가 마련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안'이 비급여 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개 확대, 표준화된 진료비 세부내역서 제공 등 비급여 관리 강화책 일색으로 채워져 소비자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4년 만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내놨지만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이 150병상 초과 병원에서 30병상 이상의 병원급으로 확대된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확대에 편승한 비급여 진료비의 경쟁적인 증가로 국가 전체적인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 내년 하반기에는 의료계 중심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보상 자문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 여부가 모호한 사안에 대해 의료 자문을 수행하는 중립적인 자문기구를 설치·운영한다는 계획인데, 향후 위원 구성 비율과 의사결정 방식 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자료:금융위)

정부는 "실손의료보험의 주된 보장영역인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관리체계 부재가 비급여 의료의 과잉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며, 이로 인한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은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함과 동시에 국민 의료비 증가 및 공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손해율 상승이 지속되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 시 실손의료보험료가 10년 내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험개발원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과 연계한 의료비 경감 방안으로 ▲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기관 대폭 확대 ▲ 비급여 항목 코드·명칭의 단계적 표준화 및 공개 확대 ▲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양식 마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용은 현재 150병상 초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요양병원 포함)만 공개하고 있지만, 내년 4월부터는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천739곳이 공개해야 한다.

복지부는 "병원급부터 진료비용 공개를 적용하고 향후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52개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연내 100개 항목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200개로 확대된다.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현황을 분석해 계속 공개할 방침이다.

비급여 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양식도 마련된다.

복지부는 의료·소비자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서식 형태와 필수 기재항목(진료항목, 코드, 금액, 급여·비급여 여부 등)을 정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법령 개정과 전산체계 개편을 마치면 하반기부터 모든 의료기관이 표준양식을 따라야 한다.

복지부는 사회적으로 필요가 크거나 건강보험 정책과 관련이 있는 비급여 진료항목부터 먼저 표준화하기로 했다.

비급여 진료는 의료기관별로 관리코드와 명칭, 정의가 제각각이고, 가격 역시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비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4대 중증질환 관련 비급여 진료 등을 계속 발굴해 급여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 자료:보험연구원

정부는 그동안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실손보험 확산으로 비급여 진료 비중이 줄지 않아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8년 이후 62∼63% 선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손주형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보험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손해를 만회하는 것은 실손보험과 함께 팔린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독형을 판매하면서 보험사들이 스스로 더욱 철저히 손해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의료계 중심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보상 자문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 여부가 모호한 사안에 대해 의료 자문을 수행하는 중립적인 자문기구를 설치·운영한다는 계획인데, 향후 위원 구성 비율과 의사결정 방식 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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