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JTBC 화면 갈무리

[뉴스워커] 어린이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른과는 달리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충족된 환경에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총망라해 놓은 것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에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지구촌 모든 어린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11월 20일에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다. 

UN아동권리협약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다르고 있다. 아동학대사망사건에 대한 국가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현실에 입각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제출한 ‘아동학대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수는 2014년 14명에서 2015년 16명, 2016년 10월말 현재 28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10월까지 2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2, 3명씩 아이들이 학대를 받아 숨진 셈이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28% 늘었고,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판단된 신고는 26% 증가했다. 아동학대 신고건수도 ▲2014년 1만7791명 ▲2015년 1만9214건 ▲올해 10월말 2만4690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아동학대 판단건수도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0월말 1만4812건으로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진상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울산 칠곡 계모 사건을 계기로 특례법을 제정해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하는 만큼 사후처벌 강화에서 사전예방 중심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266억원 수준이다. 이 중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과 관련한 예산은 0원이다. 남 의원은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60개소에 불과하다. 아동인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최소한 100개소는 돼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내년 정부예산계획상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계획은 전무하다"면서 "아동복지법 상에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두도록 의무화한 만큼 정부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측은 "세종시, 충북, 대전, 강원, 인천, 경북 등 6곳은 정부가 2017년에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예산을 지원할 경우 지방비를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정부는 증설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말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선진국에서는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진상조사활동을 펼치고, 아동학대를 에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국가차원의 진상조사를 한 적이 없는데 이제부터라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에 입각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과장은 "현재 아동학대로 인정받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유치원 현장에서 여전히 '교육'행위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아동학대 근절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제도 정비에 나섰으나 사회적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 '화장실 가둬 놓고 락스학대'…끊이지 않은 사건

지난해 연이어 터진 아동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인천 맨발소녀는 차라리 운이 좋은 편이었다는 자괴감 섞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녀는 목숨이라도 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부천에서 냉동 상태의 초등생 시신을 보관하던 부모가 붙잡혔다. 이들은 2012년 11월 7살에 불과하던 아이를 2시간 넘게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는 이 사건이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의 서막인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한 달 뒤인 2월, 부천에서 11개월간 미라 상태인 여중생 시신이 발견됐고, 3월에는 평택에서 락스와 찬물학대 끝에 숨진 7살 원영이가 차디찬 시신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다.

특히 '원영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원영이가 한겨울 트레이닝복만 입은 채 3개월간 화장실에 갇혀 지내며 두들겨 맞기를 반복하고, 식사라고는 밥과 반찬을 뒤섞은 하루 한 끼만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에 충격을 줬다.

지난 8월 인천에서 양치하다 쓰러진 4살 딸을 꾀병 부린다는 이유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엄마가, 지난 10월에는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우고 몽둥이로 유골을 훼손한 양부모가 잇따라 검거되기도 했다.

말하거나 걷지 못하는 아기를 숨지게 한 비정한 부모들도 잇따라 붙잡혔다.

젖먹이에게 분유를 주지 않거나 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부터 세 살배기를 장롱에 집어 던져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까지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올해에는 우리가 가진 상식과 윤리를 뒤집는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 자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 천륜 뒤흔든 사건의 범인은 '부모'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2년 1만 건 수준이었다가 3년 만인 지난해 2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학대로 판명된 건수는 지난해 기준 1만1천709건이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들은 누구일까.

조사 결과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명된 사건 중 아동의 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는 피해 아동의 부모인 경우 또한 80% 가량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폭력은 한번 시작을 하면 점차 둔감해져 점차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훈육과 폭력의 경계 인식이 모호한 부모들이 '내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폭력을 행사, 끔찍한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들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2천66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8천256건에 비해 53.4%나 증가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옆집에서 애가 우는 소리만 들려도 신고하는 주민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동학대가 의심돼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눈 감아버리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이웃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동학대 근절에 고무적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자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 갈 길 먼 아동학대 근절대책

정부는 지난 3월,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 원년으로 삼고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학대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창구를 지역 사회 곳곳에 개설하고, 건강검진, 예방접종, 무단결석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사회적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동학대 사건이 1만 건을 넘어섰는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학대 피해 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2013년 51곳에서 올해 60곳으로 9곳이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또 피해 아동을 격리 보호하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도 같은 기간 36곳에서 53곳으로 17곳 증가한 게 전부다.

아동학대 가해자 기소율이 급락, 처벌이 관대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감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아동학대 신고와 검거 건수는 급격히 증가한 데반해 기소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4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기소율은 83.1%였다가, 이듬해 54.3%로 크게 떨어졌고, 올해 들어 지난 8월 기준 46.3%까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은 900여 명에 불과한데 신고는 2만 건에 달해 업무가 너무 많다"며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만큼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상담 및 교육인데, 이 상태로는 면밀한 사례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기관 신설 예산도 없어 내년에는 새로 생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없다"며 "대책은 쏟아져 나오는데, 사회적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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