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한때 ‘열정페이’라는 말이 유행한 바 있다. 열정(熱情)과 페이(pay)가 결합한 신조어인데, 일자리가 부족한 국내의 현실 속에 청년층에게 기업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열정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이해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이런 열정페이가 일부 악덕 기업주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해 열정페이는 일종의 악덕기업주의 연결되는 단어로 이해되고 있는 웃픈(우스우면서도 슬픈) 현실이 되고 있다.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때문에 저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속에 최근 드러나는 현실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이랜드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인 애슐리에서 나타난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그리고 직원에 대한 처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한 직업이라는 것이 세상에 폭로됐다. 저임금에 고용인 측의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져야 할 것이지만 이런 세상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사진_이정미 의원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그룹의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는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젊은 청년층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일자리이기도 하다. 한데, 이런 저임금으로 부려먹듯 고용하는 아르바이트 임금까지 돈이 있어도 주지 않는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지탄을 넘어 우리가 왜 그 기업의 생산품이나 제공되는 물품을 돈을 지불하고 소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 의문이 가지게 한다.

이랜드의 임금 체불은 한두 명의 고통이 아닌 무려 4만4360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그 액수만도 100억 원에 가까운 83억7200만원에 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를 통해 알려진 이랜드의 외식업체 ‘애슐리’를 비롯한 이랜드 외식사업 프랜차이즈 업체 360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의 1년간의 임금체불 현황이 이렇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 국민이 알지 못했다면 무려 100억 원을 초과하는 아니, 수천억 원이 넘는 임금이 체불될 수도 있었던 이랜드의 횡포라 할 수 있다. 아니 이것은 비단 이랜드의 사태만이 아닌 대한민국 기업이 가진 절대권력 ‘갑’이라는 횡포를 청년층과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자비도 없이 휘둘러 쳐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 3년간 이랜드 그룹에서 외식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 파크의 영업이익 총액이 100억 원인데 1년간 체불액이 80억이 넘으니, 영업이익 대부분이 단시간 근로자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체불에서 나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밤낮없이 고통 받으며 근로를 한 근로자들에게는 기가찬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아니할 수 없다.

▲ 이랜드 정규직 사원 근로계약서(이정미 의원실 제공)

당시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애슐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년노동자가 ‘한달 만근에 따른 연차휴가가 가능하냐’고 묻자 매장 관리자 측은 “그동안 연차휴가가 가능하냐고 물어본 알바생은 너뿐이다. 혹시 어머님이 법조계에 계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대체 정상적인 사회인지, 그 비정상적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근로자와 비정규직 및 아르바이트생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 웃픈현실은 이랜드는 어머님이 법조계에 계시거나 또는 노동법을 잘 알기만 해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연차휴가를 쓸 수 있고 약정된 노동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라는 지시와 함께 수당 70%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허탈감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현실 속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랜드는 아르바이트생 외에도 계약직과 정규직 사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갑이 가진 힘을 이용해 을에게 가혹한 횡포를 휘둘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 사원에게 하루 8시간이 아닌 그 두 배에 달하는 16시간의 고된 업무를 시키고도, 한 달 연장근로는 20시간으로 계약하고, 계약직의 경우에는 15,6시간의 근로를 시키고도 근무시간에는 8시간으로 수정했다는 것이 이 의원에 의해 드러났다.

이 의원이 입수한 이랜드 파크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정규직 직원과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과 연장근로시간 월 20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포괄임금 형태의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실과 정의당 노동부가 이랜드에서 퇴사한 정규직 직원들의 제보를 복수로 확인한 결과, 이랜드파크는 이들 정규직 신입사원들에게 월 평균 300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했고, 때로는 400시간 가까운 근무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월 20시간을 넘어서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전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계약직 관리직원인 트레이너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 이랜드 측이 홈페이지에 게제한 사과문, 하지만 이런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이랜드에 대한 불의에 용서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애슐리 한 매장에 근무했던 정규직 사원인 한 명은, 이랜드의 사원관리프로그램 ‘F1 시스템’상에는 2014년 8월 12일 16.5시간, 16일 16.5시간을 근무해, 단 이틀간 총 18시간의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매장에서 근무한 월급제 계약직 직원 B씨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는 것이 이 의원 측의 설명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7일 15.5시간, 2014년 1월 15일 16시간을 근무했음에도 아예 공식 근로시간이 각각 8시간으로 수정돼 기록됐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 이틀간 15.5시간이 체불된 셈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에서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의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한 관리직 사원의 연장근로수당 체불액이 최대 9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는 것은 이미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고,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아르바이트생, 계약직, 정규직 직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폭력적이며 습관적으로 지속되어 온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정의당 측에 의하면 체불임금정산을 문의한 퇴직자들의 1인당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04시간에 이르렀고, 지난 2년간 1인당 평균 체불액은 2000만원(1년 100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를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에 따라 이랜드 외식사업부의 무기계약직 풀타임 근로자 1763명에게는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 기간제 풀타임 근로자 1,995명에게는 기간제 계약기간 최대 2년을 단순 대입하면, 최대 927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또한 지난 5일 이 의원실이 추가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랜드 측은 현재 근로계약서 및 근무기록을 달라는 퇴직자들의 요청에 “회사의 정책상 확인에 제한이 있어 제공이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사용자가 퇴직자의 사용증명서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39조 위반으로 제출을 거부한다면, 각각의 경우 대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랜드파크 측은 이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아르바이트부터 사원까지 임금체불과 부당행위 등 지옥 같은 노동이 이어져. 월급 140만원인 사원이 한 달 식자재 100만원을 자비로 처리하기 도하고, 이에 퇴직자들 “4년간 노예생활 했다”고도 토로한 바 있다.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각 매장은 아르바이트에 해당하는 메이트, 트레이너라고 하는 월급제 계약직, 헤드트레이너라 불리는 정규직 신입사원, 캡틴이라는 정규직 사원, 매니저인 정규직 사원 및 주임 그리고 점장인 정규직 주임 및 대리 등의 직급 및 직책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의원실에 관리직 사원들의 연장근로수당 체불을 제보한 퇴직자들 또한 4-5년간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정규직원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는 아르바이트 시절 경험한 임금체불 뿐만 아니라 부당행위로 인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에 의해 드러났다.

임금체불 이외의 부당행위를 보면, 우선 식자재나 각종 물품 비용을 주방과 홀의 관리직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이들 이랜드파크 퇴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통상 3~5일전에 매장에서 쓸 식자재를 발주하는데, 매장 상황에 따라 식자재가 모자라면 인근 매장에서 퀵이나 용달을 통해 빌려오거나, 인근에 매장이 없으면 직접 사와야 했다는 것이다. 한데 그 비용 일체는 사원들이 충당했다고 하는 데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이 사비로 물품을 충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충당한 물품은 주방에서 쓰는 식자재뿐이 아닌 홀에서 사용하는 냅킨까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하니 갑질의 상상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이랜드파크는 그 이상을, 그래서 도가 넘어서는 갑질을 직원들에게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애슐리에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정규직 사원까지 만 3년 7개월을 근무한 한 제보자 C씨의 경우는 우리 국민을 아니, 아이를 가진 우리 부모의 가슴을 매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보자 C씨는 주방매니저로 일하면서 한 달 급여 140만원 중 100만원을 식자재 수급에 쓴 적도 있다고 했다. 퇴직자들은 ‘최근에는 퀵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는 매장 차원에서 보전을 해주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직원들이 각종 자재를 자비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랜드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랜드 측은 직원들에게 불과 며칠 전에 다른 광역시도에 위치한 매장에서 근무할 것을 통보했고, 사원들은 지시에 따라 사택으로 이주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주한 10평 남짓의 사택에서는 그나마 상급자를 포함해 다른 직원 3-4명이 함께 생활해야 했고, 이 사택은 직원 각자가 출근하는 매장과의 거리가 차량으로 1시간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해, 결국 사원들은 자비를 들여 숙소를 얻는 경우도 있었고 전했다. 주방에서 화상 등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된 산재신고 없이 매장과 직원이 일부를 각각 부담해 치료비용을 처리하는 일 역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을 제보한 C씨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한 지난 4년간의 이랜드파크 재직 경험을 “노예생활”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것이 2017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민낯인 것이다. 겉으로는 한없이 자애롭고 모든 것을 직원들을 위해 그리고 고객들을 위해 할 것만 같던 우리 기업들이 하는 행위는 우리 국민을 모독하고, 현혹하고 그리고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 기업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이 과연 달라질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들 기업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또 광고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순전 겉으로 만의 이야기며 국민을 현혹케 하는 모습만이 반복적으로 자행될 뿐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지만, 이제 달라질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과연 이랜드파크의 사태를 보고 우리 국민이 믿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기업에 대한 소비자이자 감시자이며, 고발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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