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추이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워커] 경기침체,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가 금융위기 이후 7년2개월 만에 첫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기 급락을 예방하려면 적극적인 경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시근로자(일용직 제외) 동향에 따르면 전체 피보험자수는 126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만1000명(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피보험자 규모가 가장 큰 제조업(358만1000명)은 장기적인 수출부진과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 2009년 10월 8000명이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6만 1천명), 숙박·음식(4만 7천명), 전문과학기술업(3만 5천명)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나, 추세는 둔화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율은 숙박·음식업(9.8%),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5.7%),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4%) 순으로 높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피보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50대로 13만명(5.7%) 증가했고, 60세 이상은 9만8000명(9.3%)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30대 피보험자의 경우 1.1% 감소한 3만800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30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보인다.

▲ 업종별 고용보험자 증감 및 증감률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 제조업 중 고용 악화 주도..구조조정 태풍 몰아치는 조선·IT·해운發 구조조정 영향

제조업 중에서 고용 악화를 주도한 것은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는 조선업이었다. 선박, 철도, 항공장비 등을 제조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은 2015년 말까지 고용이 늘었지만 선박 수주 급감 등 경기악화로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작년 6월 1만2000명이던 취업자 감소폭은 8월 2만2000명, 10월 2만5000명에 이어 12월에는 3만1000명까지 커졌다. 조선업 구조조정발 ‘실업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2015년 말 고용규모는 21만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7만9000명까지 줄어 고용규모가 15% 가까이 급감했다.

제조업 중 고용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도 12월 취업자 수가 1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2013년 9월 고용규모가 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 지난해 12월 고용규모는 51만6000명에 그쳤다.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이 부진한데다 가격경쟁을 견디다 못한 국내 전자업체들이 휴대전화, LCD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속속 이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정기 노동부 노동시장분석과 사무관은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 수출부진, 생산자동화,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며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감소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자료:대한상의 

◆ 제조업 체감경기., '외환위기 수준' 으로 뚝

우리나라 제조업 체감경기가 대내외적 악재 요인이 겹치면서 외환위기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둘가운데 한 곳은 올해 보수적 경영을 통해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68로 집계됐다. 

▲ 자료:고용노동부

이경인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연구원은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대내적 요인으로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0%), ‘자금조달 어려움’(39.2%), ‘기업관련 규제’(31.6%), ‘소득양극화’(10.8%) 등을 꼽았고 대외적 요인으로는 ‘중국성장률 둔화’(42.4%),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3%),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28.4%), ‘환율변동성 확대’(24.0%) 등을 꼽았다. 

대구의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 A사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고 대금결제도 지연되면서 자금회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만기연장을 안해주는 분위기여서 내년 들이닥칠 은행의 상환압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수출과 내수 동반침체로 2010년 18.5%수준이던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3.0%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브레이크 등으로 자금난으로 이어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해 기업들의 새해 경영방침은 보수경영-군살빼기로 나타났다. 

제조업체의 절반가량(50.6%)이 ‘보수경영기조’를 밝혔다. 보수경영기조를 밝힌 기업들은 구체적 내용으로 ‘현 상태 사업유지’(65.1%), ‘기존사업 구조조정’(17.5%), ‘대외리스크 관리’(17.4%)를 꼽았다. 

취업문도 지난해보다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기업은 27.7%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49.6%는 ‘지난해보다 채용을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고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22.7%에 달했다. 

기업규모별로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26.3%, 중소기업은 27.8%로 집계됐다. 

전주에서 승강기를 제조하는 B사는 수주감소로 지난해 수출액이 40% 가량 감소해 신규채용은 꿈도 못꾼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기존인력 유지도 벅찬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올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소비심리 회복’(55.7%)을 손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화’(41.6%),‘정치갈등 해소’(36.3%), ‘규제개선’(33.0%)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BSI는 중국인 특수를 누렸던 제주마저 91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 광역시도별 지수는 제주(91), 대전(79), 충남(78), 경남(76), 부산(72), 전북(72), 충북(71), 대구(71), 울산(71), 경기(70), 서울(68), 전남(68), 경북(67), 광주(66), 인천(62), 강원(61) 순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대한상의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미만이면 그 반대다.

▲ 자료:고용노동부

◆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中企 세액공제 확대 등 정부 경기 살리기 안간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액이 1인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청년고용 증대세제의 공제액도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10일 고용ㆍ투자 세제지원 확대 등 세법 개정사항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의 고용 비례 추가공제율이 1년간 한시적으로 인상된다.

이에 따라 중소ㆍ중견기업은 현행 4~6%에서 6~8%로 2%포인트, 대기업은 3~5%에서 4~6%로 1%포인트 각각 상향 조정된다.

청년층 정규직 근로자 채용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된다. 정부는 전년대비 청년 정규직 채용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증가인원 1인당 공제금액을 중소ㆍ중견기업은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대기업은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결혼 장려를 위한 혼인세액공제 제도도 신설된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 혹은 종합소득금액 5500만원 이하 종합소득자가 2019년까지 결혼할 경우 1인당 50만원, 맞벌이 부부의 경우 100만원을 종합소득 산출세액에서 공제한다.

개정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이달 20일 차관회의와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2월초에 국회 제출될 예정이다.    

▲ 자료:고용노동부

◆ 제조업 고용 '한파' 소비 둔화로 경기회복 '먼길'

지난해 연말 이후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데도 소비 등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수 둔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부진했던 생산·투자가 최근 상당폭 반등했으나 소비는 기저효과, 심리 위축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생산과 고용 부분을 보면, 지난해 11월 중 농림어업·건설업 고용이 증가해 월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대로 반등했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은 11월 10만2000명이 감소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다만 1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비 3.4%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자동차 파업과 갤럭시노트7 단종의 영향이 단기에 종료돼 기저효과를 봤다. 
  
소비 등 내수 부분은 물가 상승과 소비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12월 1.1%를 기록 전월 -2.5%에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소매판매는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월비 -0.2%를 기록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주력품목 호조, 조업일수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2.5%, 12월 6.4% 등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세계 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유럽 정치불안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 

미국 경제는 양호한 민간소비 및 수출 개선 등으로 3/4분기 3.5%(전기비 연율) 성장했으며 고용시장도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11월 생산 등 일부 지표가 부진한 모습이다. 

염보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 담당은 "역대 최고 수준의 1/4분기 재정 조기집행 등 경제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생활물가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경기 관리와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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