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유흥주점과 접대문화에 관하여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두 확진자


지난 20일, 해양경찰관 A씨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초기 역학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유흥업소 방문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A씨와 접촉했던 인천시 유흥업소 종사자 6명이 한꺼번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 연수구는 24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경 측에서는 A 씨에게 대기발령 조처를 내리는 동시에 해당 일의 술자리가 공직자윤리법과 청탁금지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임을 전했다.

B씨의 상황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성 B씨는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마찬가지로 유흥업소 방문 사실을 숨겼다. B씨는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해운업체 관계자 50대 남성과 함께 해당 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오전 인천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해당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는 25명에 달했다. 종사자의 지인, 업소 종업원과 종업원의 가족, 손님 등에게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24일 오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해당 업소 확진자는 6명 추가돼 총 31명으로 늘어났다.

이 상황을 초래한 두 확진자의 공통점은 간단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유흥업소에 간 사실을 숨긴 것. 그리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이다.


예견된 문제


지난 9월 18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QR코드 관리 현황>을 제출받았다.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는 지난 6월 10일에 도입됐으니, 그로부터 3개월간의 데이터를 전달받은 셈이다. 해당 보고서 속에서 전국 3만 8000여 개의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을 이용한 사람은 591만여 명이었다. 헌팅포차 및 감성주점, 또는 콜라텍 및 노래방은 연인원 120만 명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유흥업소에 비교해 룸살롱을 이용한 인원이 4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손님과 종업원이 가까이 앉아 술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까지 부르는 룸살롱의 특성상 집단 감염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8일 SNS를 떠들썩하게 달군 강남구 역삼동의 대형 룸살롱 종업원 감염 사례 등은 지금도 쉽게 떠오른다. 그러니 유흥업소를 매개로 한 이번 집단 감염은 사실상 예견된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없애도 모자랄 판에, 지원?


위와 같은 배경에서 지난 9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유흥주점을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이 바로 그 일이다. 이하영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유흥업소는 여성 접객원이 나와서 접대를 하는 곳”이라며, “정부가 이런 인권 침해적인 공간을 없애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

한국 유흥음식업중앙회는 유흥주점이 매출액의 40% 이상 실효세율로 세금을 납부하는 애국업종이라며, 최소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관해 어느 네티즌은 몸에 해로운 담배도 그 가격의 약 74%가 세금인 것을 들어 “차라리 흡연을 장려하지 그러느냐”는 내용의 게시글로 일침을 날렸다.


가야 했던가?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위의 확진자들은, 그리고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꼭 유흥주점에 가야 했나? 한국의 접대문화를 생각하면 대답은 긍정에 가깝다. 한국의 접대문화가 뉴욕 금융가에 소문난 일은 상당히 우습게 우리나라의 접대문화를 보여준다. 한미은행을 인수한 미국 투자회사의 한 직원이 본사 동료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드러난 일이다.

여러 은행의 임직원이 그와의 접대 자리를 마련했고, 그는 메일에 ‘한국에서 온갖 향응을 받으며 왕처럼 살고 있다’, ‘젊은 여자들에게서 매일 5~8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밤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고 있으며 내 아파트 침실은 사랑을 나누는 곳’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그런 접대로 기업이 얼마나 이득을 따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이 국가적 망신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야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너무 급격한 변화에 몸살을 앓는 이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변화가 필수적이라면 그것은 보편성을 띤 긍정적 방향이어야 하고, 당연하게도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번에는 한국 접대문화의 변화를 그 예로 들고 싶다. 이를 위해 사회적인 인식 변화는 물론이고, 해외의 접대 실명제 등을 모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다. 이번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접대강국’이라는 이름은, 코로나19가 만연한 현재의 우리에게도 상당히 위험하지만, 이 상황이 지나간 뒤 우리의 미래에게도 너무 부끄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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