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P2P금융협회 이효진 제도연구위원장은 “지난해에는 P2P금융의 누적 취급액 4700억원을 기록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P2P금융협회 34곳 회원사 누적대출액)

[뉴스워커] 핀테크의 한 모델로 크라우드 펀딩·P2P 대출이 제안되면서 개인의 소액투자를 촉진해 다양한 스타트업이 자금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비즈니스를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에 크라우드 펀딩과 P2P 대출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와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간접투자 상품인 크라우드펀딩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투자자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도 지침마련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P2P대출이란 크라우드 펀딩의 일종으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자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새로운 대출 서비스 형태를 의미한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지난 11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년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승행 P2P협회장은 "불법 업체 근절, 투자자와 대출자 교육 확대, 학계와의 연구 협업 강화가 꾸준히 지속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협회장은 "P2P금융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혁신에 가치 기반을 하고 있다"며 "모든 회원사는 앞으로도 정보기술력을 고도화해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진 제도연구위원장도 "지난해에는 P2P금융에 뛰어든 시장 참여자가 급증해 누적 취급액 4천700억원을 기록했다"며 "올해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P2P 대출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자료: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1조원 P2P시장 급성장에 1금융권 러브콜...농협 이어 KB국민은행도 콜라보 준비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인 개인간 대출 서비스(Peer to Peer Lending, 이하 P2P 대출) 대출 규모가 최근 3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선진국(미국, 영국 등) 동향을 비춰볼 때 향후 국내 P2P대출 시장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개인간(P2P) 금융을 금융업으로 인정하지 않던 대형 금융사들이 P2P금융과의 적극 협력에 나서고 있다. P2P금융은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 신기술로 무장해 규모가 올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제1금융권이 예치금 관리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들에게 예치금관리, 오픈 앱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열어준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2P 금융상품에 투자자가 투자하면 P2P업체가 직접 자금을 관리해 왔다. P2P업체는 투자자 예치금을 자체 가상계좌에 보관한 셈이다. 

투자자의 투자금을 P2P업체 대표가 임의대로 출금하거나 유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34곳이 예치금을 농협은행 계좌에 보관하기로 한 것이다.

농협은행은 P2P금융 회원사에 금융거래 시스템 등을 적극 지원하고 P2P업체 자금을 맡아 주는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P2P업체들의 예치금 관리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최근 고려신용정보, SCI신용평가(서울신용평가정보) 등과 같은 대형 신용 정보 회사들도 P2P업체와 손잡기 시작했다. 고려신용정보는 P2P업체 `8퍼센트`의 연체 발생 10일을 경과하는 대출채권 추심을 맡기로 했다.

이종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소형 건설업체와 저금리 상황에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간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 자료:금융위원회

◆ P2P금융 앞서간 미국·중국은 '도덕적 해이' 부작용에 몸살

우리보다 앞서 개인간전자상거래(P2P) 산업이 융성한 미국과 중국에선 이미 부정 대출, 사기·파산 등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 P2P금융 시장은 중금리 투자 수요 등을 바탕으로 급성장, 대출 잔액이 2013년 말 270억위안(약 41억달러)에서 지난 2월 5010억위안(760억달러)으로 18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지급 능력 등에 문제가 있는 부실 플랫폼 증가, P2P 대출 부동산 투자 집중, 급격한 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개인 간(P2P) 대출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에 들어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 불법업체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작년 발표한 규정을 P2P 대출업체들이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에 조사팀을 파견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까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업체들은 폐쇄한다는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금융 관련 연례 보고서인 `2016 인터넷 금융 블루북`에 따르면 인터넷 P2P 금융업체 1263개사가 지난해 말까지 사기·파산 사건 등 문제와 관련됐다는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는 중국 전체 인터넷 P2P 금융업체 3분의 1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중국 최대 P2P 금융사기 사건은 e쭈바오(租寶)의 대출 날조 사건이다.

e쭈바오는 피라미드식 투자자금 유치 방법 등으로 중국 전역에서 90만명으로부터 740억위안(12조2000억원)을 끌어 모았다. 

미국에서는 최대 P2P 업체 `렌딩클럽`조차 최근 부정 대출 사태로 창업자 겸 CEO 르노 라플랑셰가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 렌딩클럽 창업자가 2200만달러(약 260억원)에 이르는 부실 대출 주선 사실이 내부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부실 대출 후폭풍으로 르노 라플랑셰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캐리 돌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사임을 발표했다. 

주요 경영진이 바뀌었지만 렌딩클럽의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분위기다. 렌딩클럽은 올해 2분기 순손실 규모가 8140만달러, 주당 21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손실액인 410만달러에서 약 20배 늘어난 규모다.

다소 건실한 것으로 인식돼 온 렌딩클럽이 이 같은 추문을 일으키자 미국 금융권 전반에 P2P 대출 시스템에 대한 회의 시각이 번져 나갔다. 

이런 가운데 렌딩클럽이 지난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냈다고 발표하자 관련 규제 강화와 경쟁 격화로 P2P 대출 산업의 성장세가 멈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렌딩클럽의 3분기 적자(순손실)는 약 3650만달러로 2분기(8140만달러)에 비해선 감소했다. 

이에 대해 렌딩클럽 스콧 샌본 CEO는 "은행을 포함한 큰손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P2P금융 골든피플이 가짜 대출 실행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2P금융 플랫폼 골든피플이 투자자를 모집, 대출이 실행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이다. 상환일이 지났으나 이미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가 나와 P2P 투자자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현재 파악된 골든피플 투자 피해자는 40명, 피해금액은 4억9800만원으로 알려졌다.

▲ 자료:중소기업중앙회

◆ 대출자(투자자)보호제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정부정책 필요

국내 P2P 대출은 아직 활성화 초기단계에 있으며 중소기업들의 인식이 미미하고 정보가 부족하여 제도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300개 중소기업 CEO(제조업, 음식점업 각 1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P2P대출(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곳 중 1곳(32.7%, 98개)은 향후 P2P대출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대출 이용 의사가 있는 경우 ‘은행 대출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5.1%로 가장 높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대부업 대비)’라는 답변이 38.8%로 뒤를 이었다. 

‘상환 기간 설정의 자유’, ‘절차상 편리’ 그리고 ‘빠른 대출 승인’과 같이 전통적 대출 시장 대비 온라인 P2P대출이 갖는 장점들이 각 26.5%, 25.5%, 22.4%로 나란히 후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향후 P2P대출을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업체들의 주 이유는 P2P대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52.0%)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그 외에는 ‘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31.2%)’, ‘어려운 사용방법(16.8%)’, ‘대부업계 이용이라는 거부감(14.9%)’, ‘온라인상 업체 정보공개 부담(13.9%)’, ‘플랫폼(P2P대출 업체)에 대한 불신(10.4%)’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계가 P2P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부정책으로는 ‘안전한 이용을 위한 대출자(투자자) 보호 제도 마련(48.3%)’, ‘대출자를 위한 P2P대출 가이드라인 마련(41.3%)’, ‘P2P대출 플랫폼 지원・육성(36.3%)’, ‘이용 현황 및 관련 정책 안내 세미나 진행(35.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최윤규 산업지원본부장은 “P2P대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온라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중소기업들의 P2P대출 시장 진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중소기업중앙회도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중소기업이 발맞출 수 있도록 산업 동향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업계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대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과 인식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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