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진우현 기자>

[뉴스워커]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지금보다 컸던 시절이 있었을까.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가져온 최순실 게이트는 사상 유래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대통령 탄핵의 처음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 차례 거센 바람이 몰아쳤지만 뒤 이어 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헌법 불일치로 나타나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 5년을 채우고 명예롭게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 나타난 박 대통령의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1천만 명이 넘는 촛불집회, 아니 촛불혁명운동이라 불러야 할 이번 대국민적 행동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중요하고도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회에서 234표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후 탄핵에 대한 결정이 헌법재판소로 이양됐으며, 헌법재판소는 현재 증거조사와 더불어 본격적인 심판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 정도는 미미하고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는 헌법재판소에 재출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5000만 우리 국민은 또 한 번의 분노를 느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대로 실현될 것이고 박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모든 촉각은 헌법재판소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어떤 법적 문제를 가지고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해 국민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정보공개센터는 2년간의 헌법재판소 판결에 주목했다. 정보공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필우 기자가 정리하며 되짚어봤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관한 분쟁을 가름하는 최상위법기관이기도 하다. 4.19혁명 이후 성립된 제2공화국 당시 윤보선 대통령 재임 시절 설치되는 것을 규정한 바 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87년 민주항쟁 이후 개정된 헌법에 따라 다시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됐고, 이어 1988년 9월 헌법재판소가 실제 창립되는 시기를 맞았다.

헌법재판이란 헌법 분쟁 또는 헌법침해의 문제를 헌법규범으로 기준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헌법질서를 유지하고 헌법을 실현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곳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과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등을 하게 된다.

우선 헌법소원심판을 보면,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로 헌법재판소에 재소해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은 물론 회사인 법인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위험법률심판의 경우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다.

탄핵심판의 경우 형벌 또는 징계절차로 처벌하기 어려운 정부 고위직 또는 특수직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민주적 파면제도며, 정당해산심판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목적과 조직 내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헌법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위헌정당은 해산돼야 하고, 정당해산심판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보장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있는 한편, 정부의 자의적 판단으로부터 정당을 보호한다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에 그 권한과 의무의 내용에 대해 다툼이 생기는 경우 헌법재판소에 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권을 부여해 헌법보장적 기능의 일부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을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의 경우 법적으로 180일의 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가장 오래 심리 중에 있는 재판은 지난 2011년 제기된 사건인데 이 사건이 벌써 5년째 판결이 늘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법적 기간이 그렇게 중요한 결정적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아니라고 보인다. 실제 관련 법률인 헌법재판소법 제 38조 ‘심판기간’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 그 궐의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넣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헌법재판소의 지난 2년간의 기록을 통해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2014년 12월 19일에 있은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보면 이 사건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통진당을 해산하고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것으로 결정한 사안이 됐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사건은 재판관 8인이 해산을 결정했으며, 1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이 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내용을 보면, 우선 통진당의 목적 및 활동에 대해 공식적인 강령 이외에 숨겨진 진정한 목적이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봤다. 또 이석기 등 통진당 주도세력의 내란 음모 사건에 비춰볼 때 통진당 전체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본 것이다. 또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는 판단이 섰고 이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이에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당자체의 위험성을 제거, 통진당 의원 전원의 의원직 상실을 명령한 바 있다.

이어진 중요 사건으로는 지난 2015년 2월 28일 ‘법외노조’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은 교원의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그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초. 중등교육법 제 1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학교에 있는 교원으로 한정하고 있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가 교원의 노동조합 및 해직 교원들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다고 결정한 사건이기도 했다.

이 판결은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합헌의견을 1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주요 결정 사항을 보면,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그 활동의 주된 주체를 원칙적으로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해 교원의 실질적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한다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고 또 이를 위해 교원노조의 조합원을 재직중인 교원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해직 교원에게 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데 기한의 제한이 없는 우리 법체계상 쟁송을 남용하거나, 개인적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는 데 교원노조 활동을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해고된 사람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법률 조항과 같이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또한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활동 중인 노조를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다에 달려 있어, 법원은 이러한 행정당국의 판단이 적법한 재량의 법위 안에 있는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교원 노조 및 구직 중인 교사자격취득자나 해고된 교원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이들을 조합원으로 해 교원노조법에 의한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일 뿐, 이들의 단결권 자체가 박탈된다고 할 수 없어 그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은 반면, 현실적으로 초.중등 교육기관에서 교원으로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이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해 교원노조법상 단체교섭권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교원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는 중대하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한 것이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21일에 ‘국가모독죄 위헌’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또는 헌법상 국가기관에 대해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사실 유포 또는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제104조의 2가 표현의 자유에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안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바 있다.

이 판결은 9명의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국가모독죄의 적용 범위가 너무도 광범위하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 역시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며, 이를 실제 해한 경우는 물론 그러한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도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이익보전은 다양한 토론과 논의의 장을 통해 이뤄지므로 이를 형사처벌로 억압,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국민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에 대해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도 이번 헌법의 위반 결정사안의 중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벌을 통해 획일적으로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안전 그리고 이익이나 위신을 지키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춰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국가모독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졌다.

지난해인 2016년 3월 31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전투경찰순경 영창징계’에 대한 판결이 이뤄졌다. 이 사건은 합헌으로 판결됐는데 이는 전투경찰순경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영창을 규정하고 있는 구 ‘전투경찰대 설치법’ 제5조 제1항, 제2항 중 ‘전투경찰순경에 대한 영창’ 부분이 적법절차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안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9인의 재판관 중 4인이 합헌, 5인이 위헌이라고 반대했지만 위헌 정족수인 6인이 미달돼 최종 합헌 판결로 종영된 것이다. 이 사건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요 사항을 보면, 전투경찰순경의 복무기강을 엄정히 하고, 단체적 전투력과 작전수행의 원활함 등을 위해 복무규율 위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며, 영창은 경찰조직 내의 지휘권을 확립하고 복무규율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그 위반자에 대해 일정기간 제한된 장소에 인신을 구름하면서 그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징계처분으로 다른 징계에 비해 복무규율 강제 및 위반에 대한 제재 효과가 크다고 봤다. 따라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영창은 다른 징계수단보다 더 강한 위하력을 발휘하는 징계처분이라 규정하며, 다른 징계수단이 엄중한 복무위반 행위를 예방 및 제재함에 있어 영창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헌법재판소는 봤다. 또 전투경찰순경 등 관리규칙에서는 복무규율 위반정도에 따라 현지 훈계나 경고, 기율교육대입교, 징계로 나눠 조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제한하고 있어 책임에 상응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전투경찰순경의 복무기강을 엄정히 하고 단체적 전투력과 작전수행의 원활함 그리고 신속함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영창처분으로 인해 전투경찰순경이 받게 되는 일정기간 동안의 신체의 자유 제한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에서의 주요 판결에는 지난해 3월 31일에 있은 ‘성매매 처벌법 합헌 판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판매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안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재판관 9인 중 6인이 합헌을 2인이 부분위헌, 1인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와 성 개방적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에 관한 문제는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지만, 성의 자유화, 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 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또,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구매자뿐만 아니라 성 판매자도 함께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봤다. 성구매자를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하여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한 사건이다. 또 성매매를 원하는 자들로 하여금 성판매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위험이 있고, 성판매자가 성구매자들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인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한 것이다.

또 차별적 노동시장이나 빈곤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지만, 성판매자의 자율적 판단이 완전히 박탈될 정도가 아닌 이상 이들에게 비난 가능성이나 책임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유형의 성판매자 중에서 생계형 성판매자를 구별해 내는 것 또한 어렵다는 것도 이 사건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헌법재판소의 최근 2년간의 굵직한 사건에 대한 판단들에서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전교조 법외노조화, 전투경찰 영창징계 합헌 판결 등 정부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많다는 것이 정보공개청구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보공개청구 측은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온 바 있다고도 전했다.

최근 독일에서처럼 재판관을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서 임명하자는 주장 또한 나온 바 있다. 독일의 방법이 최선일까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행정부의 개입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의사가 더 힘이 실릴 수 있게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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