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의 窓] “아직 멀었다”…대기업 ‘갑질’ 빈번한 우리사회
[뉴스워커_시사의 窓] “아직 멀었다”…대기업 ‘갑질’ 빈번한 우리사회
  • 박선주
  • 승인 2020.12.08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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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전유통업체 납품업체서 160억 받아 회식비로 사용
갑질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직도 기업집단은 모르는 듯 보인다. 근절해야 할 사회 악으로 불리는 갑질, 기업집단은 지금도 팽배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갑질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직도 기업집단은 모르는 듯 보인다. 근절해야 할 사회 악으로 불리는 갑질, 기업집단은 지금도 팽배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시사의 窓] 대기업이 중견기업과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동반성장’은 늘 강조해온 말이다.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81%가 ‘양호’등급을 받았다. 지수상으로는 서로 상생하는 분위기이지만 아직도 대기업의 중소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양호 이상 평가를 받은 대기업 중 7개 기업이 협력업체 등에게 갑질을 해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것. 최근 한 대형 가전유통 업체에서 말로는 동반성장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갑질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A유통업체는 납품업체로부터 183억 원을 부당하게 받아 지점 회식비 등으로 쓰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 2일 “A업체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과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업체의 위반행위는 ▲판매 장려금 부당 수취와 ▲1만4540명의 납품업체종업원 부당 사용 ▲물류대행 수수료 단가 인상분 소급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A업체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 기본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판매장려금을 183억원을 80곳의 납품업체로부터 부당하게 받아냈다. 판매 장려금이란 납품액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주는 ‘성과 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상품을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거래 형태의 직매입 시 납품업체가 자사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이다.

A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183억원 중 이런 성과 장려금은 23억원뿐. 나머지 160억원은 ‘판매 특당’, ‘시상금’ 명목으로 받았다. 이 돈은 A업체 우수 판매 지점 회식비, 직원을 포함한 우수 직원 시상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성과 장려금으로 사용한 23억원도 기본 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 장려금도 부당 수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감(共感)과 공생(共生) 강조한 A그룹…갑질은 몇 년 전부터 계속돼


A그룹 회장 B씨는 2020년 신년사를 통해 “공감(共感)과 공생(共生)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며 “고객과 임직원, 파트너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 및 사회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 기여 방법을 찾아달라”고 전했다. 이어 B 회장은 “B그룹이 하는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에도 불구하고 A업체의 갑질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A업체는 납품 업체가 인건비를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난 2015년 1월~2018년6월에는 31개 업체로부터 1만4540명의 직원을 파견받았다. A업체는 이 직원들에게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을 팔도록 하는 한편 판매 목표 및 실적도 관리했다. 특히 A업체는 납품 업자가 파견한 종업원에게 다른 경쟁 납품 업자의 제품까지 판매하도록 했다. 파견 종업원들이 이들 제품을 판매한 규모는 해당 기간 A업체 총 판매액(11조 원)의 절반가량인 5조50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일은 A업체에서 했지만 인건비는 납품 업체의 몫이었다.

또 2015년 1~3월 A업체는 오른 물류비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계열사인 A글로벌로지스(당시 A로지스틱스)가 물류비를 올리자 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체 46곳에 상품 운송·창고 보관 등 ‘물류 대행 수수료’ 단가 인상분을 소급 적용해, 1억1000만원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2016년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납품업체 71곳으로부터 82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는 모두 대규모 유통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A업체는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개선 의지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 같은 법을 재차 위반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 대상으로 두고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A업체 측은 잘못된 문제는 이미 개선했고 점검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도급법 손봐도 대기업 하청기업 갑질 계속…대안 없나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갑질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정부의 의무고발요청과 하도급법 재정비에도 대기업의 하청업체와 중소기업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 대금 미지급이나 후려치기 외에도 기술 보호 위반이나 특허침해 등으로 제제를 받은 기업들도 있다.

정부도 이를 잘 알기에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역시 매 년 국정감사를 통해 대기업 갑질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

개정안도 손보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부터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이제 대기업이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했거나 위반 행위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과징금을 최대 1.5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하청업체 갑질에 비해 과징금이 적다는 의견을 반영해 법 위반이 2년 이상 지속되면 과징금은 20%에서 50%미만까지 늘릴 예정이다.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부당수취 등 불공정한 행위를 막기 위해 대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하고, 피해기업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상생협력법 개정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까?

정부에서는 매년 이뤄지는 조사 결과 이전보다 하도급거래관행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발표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갑질은 갑을(甲乙)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이르는 단어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무례하고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이제라도 하도급업체에 대한 보호가 각종 제도적 측면으로만 접근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 분쟁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면밀히 봐야한다. 갑질이 관행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관심과 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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