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_뉴스워커] 부국증권은 1954년 8월 25일 설립했으며 1988년 7월 19일자로 상장되어 매매 개시됐다. 국내에서 4번째로 증권업을 시작한 부국증권의 창업주는 고 김한수 회장이다. 3분기 말 기준 보통주 12.22%, 우선주 6.63%의 지분율을 보유한 최대주주 김중건 회장은 창업주 고 김 회장의 차남이며 2대주주 김중광 씨(보통주 11.79%, 우선주 4.71%)는 그의 동생이다.

창립 이후 오랜 기간 증권시장에서 영업활동을 이어온 부국증권은 자기매매부문에 중점을 둔 수익 구조로 인해 성장 둔화로 실적이 하락하고 있었으나 올해는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매매부문에 치우친 수익 구조는 여전했고 또 레버리지비율이 급등했다.


영업수익 80% 이상이 자기매매부문에서 발생… 성장 저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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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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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부국증권의 실적(별도기준)은 하락세다. 2018년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0.6% 증가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줄었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경우 3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7.5%에서 5.1%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328억원에서 236억원으로 91억원이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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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증권의 영업부문은 증권의 위탁매매, 매매의 중개 또는 대리 등의 영업활동인 위탁매매부문과 트레이딩 목적의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과 관련된 영업활동인 자기매매 부문과 유가증권 인수, 매출, 주선,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영업활동인 기타 부문으로 구성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적 받은 부분이 바로 편향적 수익구조다.

자기매매부문에서 80%가 넘는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영업수익 중 평균 85.2%가 자기매매부문에서 비롯됐다. 위탁 매매의 경우 2%대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2019년 들어 1.6%로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기타부문에서도 10% 넘는 수익이 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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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부국증권의 수익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올해 3분기 말 누적 영업수익은 전년도 3분기 누적 실적과 비교하여 45.9%가 늘어나 67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치 영업수익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대비 모두 2배씩 증가했다. 2020년 3분기 말 누적 영업이익은 506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391억원을 기록해 호실적을 나타냈다. 이번 호실적은 부동산PF 등의 사업 다각화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2020년 예상 실적은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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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별도기준 영업수익 6703억원의 85.2%인 5711억원이 자기매매부문에서 발생하며 트레이딩에 집중된 수익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탁거래부문 1.7%, 기타부문 13.1%에 불과했다. 성장에 저해되는 이러한 사업 구조는 분명 원천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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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매매, 즉 트레이딩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 계약직 트레이더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의 수는 168명이며 일반 직원의 총 인원수는 271명이다. 중소형사 특성상 고위직 임원이 많이 필요하여 미등기임원 35명을 포함 총 임원의 수만 해도 42명이다. 이는 계약직 직원 수의 1/4이며 전체 직원 수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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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매매에 집중된 투자로 성장 대신 안정을 선택하며 부국증권이 지지부진하게 운영되는 동안 오너일가는 고액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김중건 회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17억6879만원, 동생 김중관 씨는 약 16억4322만원의 배당수익을 거뒀다.

또 김 회장의 장남 김상윤 씨 역시 2017년부터 3년 동안 총 3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 친인척 관계의 특수관계자가 수령한 총 배당금액은 3년 평균 약 3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무조건 성장주의 전략을 선택할 의무는 없지만 안정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증권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어 결국 도태될 수 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시도해야만 100년 넘는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레버리지 비율 3개월 새 498%P 폭등, 타인자본 의존도 ‘경고’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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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새로운 NCR(순자본비율)은 100% 미만, 과거 NCR의 경우 150% 미만으로 떨어질 때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부국증권은 소극적인 투자 덕분에 재무건전성이 좋다. 제대로 리스크를 관리해서 NCR이 좋게 나온 것이 아니라 자기매매 위주의 수익구조 덕분에 안정성을 유지하게 된 셈이다.

신 NCR은 2016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500% 이하로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고 지난 9월 말에는 687.8%로 치솟기도 했다. 신용평가사에서 중요시하는 구 NCR도 대부분 양호한 편이다. 다만 총위험액이 가파르게 증가한 2019년 기존 400% 이상이던 수준이 깨져 376.4%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반기 말까지 총위험액의 빠른 증가로 인해 340%대까지 떨어졌으나 3분기 말 총위험액의 감소와 영업용순자본의 증가 덕분에 다시 410.2%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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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비율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 드러났다. 2016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레버리지비율은 매년 들쑥날쑥했다. 지난해 말 290%에서 불과 3개월 사이 498%p나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 말 사이 총 부채가 285.9%나 늘어난 탓에 레버리지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연법인세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채 항목에서 큰 증가를 나타냈으나 특히 환매조건부채권매도와 단기사채 등의 차입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이 됐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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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증권은 비은행계 증권사로 단기금융시장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3개월 이하 유동성 부채의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9427억원의 잔액과 비교하여 무려 4.13배나 높아져 3조8969억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유동성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며 결국 유동성 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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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19년까지 110% 이상의 유동성 비율을 유지했다. 3개월 이하 유동성자산에 비해 3개월 이하 유동성부채의 증가 속도가 높아 3분기 말 기준 106%로 지난해 말 대비 10.2%p나 빠졌다. 재무건전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유동성 관리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트레이딩만으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부국증권은 최근 들어 부동산PF 업무 활성화를 꾀하며 2018년 IB사업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함께 해온 박정준 부사장이 해당 사업부문 대표를 맡게 됐다. 이러한 사업 다각화 덕분에 올해 실적 경신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간 유지해온 저리스크 전략과 관련된 안정성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길 정도로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저력을 발휘해 박현철 대표이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에 도전하여 실적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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