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반포 경원중, 혁신학교 무산?…졸속‧밀실행정의 패배인가, 목소리 큰 반대 세력의 승리인가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반포 경원중, 혁신학교 무산?…졸속‧밀실행정의 패배인가, 목소리 큰 반대 세력의 승리인가
  • 정선효
  • 승인 2020.12.0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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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혁신학교란?


혁신학교는 학교 운영과 교육 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가지며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지원되는 형태의 학교다. 대부분 학급 인원이 25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로 주로 운영하며, 서울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특성화학교나 특수목적학교와는 구분된다.

시도교육청마다 혁신학교의 이름은 다르지만, 민주적 공동체를 바탕으로 학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자발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입시와 경쟁보다는 진로와 전인교육, 협력으로 함께 배우는 교육을 내세우며 미래지향적 공교육의 모델을 지향한다.


혁신학교의 명과 암...


혁신학교 성공 사례는 상당수 확인할 수 있는데, 최초의 혁신학교인 부산 금성초등학교, 남한산초등학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혁신학교의 성공 사례는 교사의 연구와 학생 참여 유도에 기인한다. 정보 주입식 수업보다는 탐구, 토론형 수업을 진행하며 자치에 있어서도 학생의 자율권을 보장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주로 주목받지만, 혁신학교에서는 모두가 한 번쯤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좋은 점만 있다면 반대도 없었을 터다. 혁신학교 반대 학부모들의 의견은 명확하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자유로운’ 혁신학교를 나와도 결국 입시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경쟁에 던져지느니 미리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 요지다. 비판 근거는 또 있다. 학교의 운영 특성상 교직원의 성향에 아이들이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 혁신학교에 회의적인 교사, 정치색이 강한 교사 모두 학부모의 우려에 포함된다. 이런 교사를 만난 학생의 학력 저하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경원중 혁신학교, 무산...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의 경원중학교가 마을결합형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그러나 돌아오는 3월부터 혁신학교로 운영될 예정이 뿌리째 흔들렸다.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학교는 지난 7일 밤, 학부모들의 의견에 반하지 않기로 했음을 발표했다.

경원중학교 인근 아파트에는 혁신학교가 필요하지 않다, 교장의 사퇴를 원한다, 심지어는 죽어서까지 교장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현수막 40여 개가 내걸렸다. 이는 경원중학교 학부모와 주변 초등학교 학부모회, 인근 아파트 입주민이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의 목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는 경원중 교장의 실명을 거론, 인신공격성 글에 사진까지 인터넷에 게시됐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해프닝이 마무리됐다.

경원중학교와 주변 초등학교들의 학부모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입주민은 어째서 현수막 행렬에 동참했는가.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게시글 중 하나의 내용은 ‘경원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아이들 교육뿐 아니라 잠원동 집값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였다. 다른 글에서는 ‘이쪽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는 것이다’와 같은 음모론도 불거졌다. 카페에서는 이와 같은 논조로 서명을 독려하는 글을 찾을 수 있었으며, 어떤 이는 대리서명을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서 지난 11월 30일에 시작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2월 8일을 기준으로 1만 2천여 명이 동의했다.


학부모는 억울하다...


그렇다면 이번 반대는 외부 세력이 주를 이루는가? 반대 학부모의 의견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시 ‘e알리미’라는 서비스를 통한 투표는 투표라기보다 동의를 구했다는 식이었다. 학교 이름만 변경될 뿐 교육 내용은 그대로이고, 교육청의 비용 지원이 증가할 테니 동의해달라는 내용으로 알림이 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 서비스를 이용한 투표는 아이의 반과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 반대 의사를 밝히기 쉽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의 69%가 찬성했다는 기존 투표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체 학부모의 65%가 참여한 투표의 69%가 동의했다면, 동의 인원은 총인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숫자다. 그러니 반대하는 사람의 수가 생각보다 많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 정치, 부동산


갈등이 깊어지면서 자녀 교육 문제가 부동산과 정치까지 확산됐다.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새로운 교육정책에 확신을 실어주지 못한 정부? 학부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학교? 학교의 자치 문제에 개입하려는 인근 아파트 입주민?

잘못한 이는 꼭 집어 하나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잘못하지 않은 이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상황에 혼란을 겪고 있을 학생들. 이번에는 졸속‧밀실행정의 패배 또는 목소리 큰 반대 세력의 승리로 끝난 이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은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할까.

학교 교육은 정치세력으로부터도, 부동산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누구라도 아이들 교육에 마음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싸움’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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