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빨간불, 정부 자살예방 지원 확대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장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장

[뉴스워커_시사의 窓] 올해 모든 걸 집어삼킨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는 사람들의 정신건강 마저 흔들고 있다. 1년 가까이 전 세계를 패닉에 빠트리고 있는 코로나19는 점점 인류의 마음마저 감염시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깥활동이 어려워 답답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고립과 단절,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Blue)’라는 단어마저 우리 귀에 익숙하다.

코로나19가 번지던 여름만 하더라도 “다 같이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되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취약계층이 버티기 힘들어졌고, 또 한 번의 대유행을 겪으면서 많은 이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특히나 20~30대 청년층이 ‘코로나 블루’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경로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19~34세 청년 2011명이 참여한 10월 온라인 설문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 이후 실업을 경험한 청년은 30%에 달했다. 지난 10월 전체 연령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실업 경험률은 15% 이었던데 반해 청년층의 실업이 두 배에 달한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채용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채용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한 것도 그 이유다.

고립과 단절로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있는데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진 결과, 같은 기간 서울 거주하는 19~34세 청년 2011명 중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 본 비율은 무려 26.8%로 나타났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20∼3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 보다 42만1000명 줄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1만8000명 감소해 젊은 층 신규 취업자 감소폭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정규직은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도 줄었다. 취업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최근 아르바이트 고용주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2%가 “코로나19 이후 직원규모가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일손이 필요함에도 ‘경기악화로 매출이 전 같지 않아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 10명중 4명이 느낀 ‘코로나 블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 등 사회적 불안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지속되면서 우울감이 증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온 세상은 잠시 멈춘 듯하다. 국내에선 국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지난 8월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50.7%)의 경험 비율이 남성(34.2%)보다 높았으며, 특히 20~30대와 60대 여성의 경우 과반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코로나19 자살예방 강화 대책 ▲학생‧2030여성 자살예방대책 등 2개 안건을 논의 했다.

정부는 국민의 자살예방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우울증 자가검진 체계를 구축하고 자살상담사를 확충키로 했다. 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자살시도자 응급실 사후관리 체계 지원을 강화, 학생 및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살예방교육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드러났다”며 “한층 강화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살사망자(추정치)는 975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18명(-5.0%) 줄었다. 그러나 자살시도자와 자살상담 건수 등 위험신호는 다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29일~9월 14일까지 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이뤄진 코로나 블루 관련 상담 건수는 44만8867건으로, 지난 한 해 복지부 정신건강 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 전체 건수(34만3185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계적인 대유행에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하지만 이를 단순한 사회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심각성이 커 보인다.


정부, ‘국민 정신건강 적신호’…자살예방 지원 확대 계획


정부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민 정신건강에 뚜렷한 적신호가 드러남에 따라 현 상황의 엄중함을 되짚고 강화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먼저 현재 ‘10년마다’ 할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를 ‘10년 중 필요한 때 한번’으로 변경해 검사의 적시성을 높이고, 1차 의료기관 등에서 우울증 검진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정신과로의 연계 시 수가를 부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의 인력을 내년 중 1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부족한 인력에 비해 상담전화가 넘쳐서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32명이 4조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실제 1393을 찾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촘촘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전반적인 자살예방 강화대책을 마련, 자살 위험도를 ‘전 국민‧취약계층‧고위험군’으로 나누어 관련된 대책을 추친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드러났다”며 “한층 강화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코로나 우울과 병적 우울증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기분 침체와 불면증 증세가 길어지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어 ‘코로나 블루’ 해소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하기 ▲랜선 소통하기 ▲주변인이나 전문가의 도움받기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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