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자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과 끊이지 않는 불법 촬영 현장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몰래카메라, 발견...


지난 5월 29일이었다. KBS 본사의 연구동 건물 5층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연구동 복도와 화장실 입구 근처 CCTV가 없는 대신 건물 밖에 설치된 CCTV, 확보한 불법 촬영 카메라를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했다. 한편 해당 건물 4층은 개그콘서트 팀이 온전히 사용 중이었고, 당일 역시 장기 휴방 직전 마지막 녹화를 위한 연습이 이뤄졌다고 한다.


KBS 남자 직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1일, 범인이 KBS의 남자 직원이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다음날 KBS는 용의자가 자사 직원이 아니며, 오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범인이 KBS의 남자 직원이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였다. 자수한 이는 직원이 아니라 KBS 32기 공채 개그맨이었다. 그는

공채 개그맨은 합격 후 1년만 KBS와 전속 계약 상태고, 이후에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한다. 따라서 KBS 측에서는 당사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 단체들은 KBS 직원이 아니라고 KBS 소속 개그맨이 KBS에서 저지른 범죄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비판했다. 또한,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책임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그맨 박대승...


촬영이 제대로 되는지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바람에 덜미를 잡혀 지난 6월 1일 자수한 이는 KBS 32기 개그맨 박대승이었다. 박씨는 8월 14일 첫 재판장에 섰다. 당일 불법 카메라 설치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재판 과정 중 개그콘서트 출연 중이었던 2년간 22번의 불법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미수까지 포함하면 30회가 넘는 시도였다.

그 외에도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 피해자를 촬영하고자 해 해당 시설에 몰래 침입한 혐의도 더해졌다. 그렇게 찍은 촬영물 7개를 소지한 것도 확인됐다. 커지는 대중의 분노와 소문에 같은 기수의 개그맨들은 피해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며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음을 알렸다.


허위자백, 그리고 판결...


9월 11일 열린 추가 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박씨는 구형을 앞둔 법정에서 뉘우침과 사죄의 의미로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9월 26일, 당일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피해자 측 변호사인 A씨가 올해 1월부터 범행했다는 박씨의 말을 의심해 영상을 확인한 것이다. 영상 캡처를 전달받은 피해자들은 휴대전화 속 사진 등과 비교해 해당 옷을 입은 날짜를 파악했다.

검찰은 2019년 10월 19일로 박씨의 범행 시작일을 바로잡았다. 변호인 A씨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허위자백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박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끝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불법 촬영 신고는 5천 925건이다. 전년도인 2017년 신고 건수인 6천 465건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큰 수임은 확실하다. 2019년 자료가 미확정 통계이긴 하나, 동료를 대상으로 2년이나 저지른 범죄가 이처럼 늦게 밝혀진 데다 피해자 측 변호사와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조사가 아니었다면 검찰조차 성범죄자의 허위자백에 넘어갈 뻔한 사건까지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인 사고를 어렵게 한다.

디지털 성폭력 관련 수사에서 피해자가 증거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 그래서 가해자의 증언에 의지해야 하는 방식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그러니 살며시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불법 촬영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과연, 끝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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