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청소노동자 집단 해고에 반발 캠페인

여의도 한복판, LG그룹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불을 당겼다.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부터다. 건물 관리를 맡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이로 인해 지수아이앤씨 청소노동자 82명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상태로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여의도 한복판, LG그룹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불을 당겼다.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부터다. 건물 관리를 맡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이로 인해 지수아이앤씨 청소노동자 82명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상태로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여의도 한복판에는 네모반듯한 빌딩들이 줄지어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말끔한 모습과 광낸 듯 빛나는 대리석 바닥. 이런 모습을 갖추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다.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LG그룹 건물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이 “계속 일하게 해달라”며 혹한에도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어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집단해고 논란을 빚고 있는 LG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 요구와 LG 제품 불매운동을 선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위의 불씨는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당겨졌다. 건물 관리를 맡은 LG계열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지수)’와 계약을 종료해 지수 소속 청소노동자들 82명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상태. 청소노동자들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농성을 12월 16일 시작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계약 종료에 대해 LG트윈타워에 입주한 고객사의 불만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2019년 10월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보복성 해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들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임금과 무급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고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앞서 지난 4일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한 달간 집단해고 사태를 해결하고자 대책위는 계속해서 LG 측에 공문 발송과 면담 요청 등을 해왔다. 그러나 LG는 대화나 답변을 거부하며 새해 첫날부터 음식과 난방, 전기를 끊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LG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 ‘임금꺾기’를 하는 현실을 바꾸길 원했다”며 “청소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을 받고 싶어 노조를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불매 운동 동참을 호소하며 “불매운동은 전적으로 LG가 자초했다”며 “‘고용승계’ 한 마디면 충분하며 LG가 스스로 공언한 ‘인간 존중 경영’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가입 후 시급 60원↑…해직 통보 후 몇백만원의 위로금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5일 노조와 원청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청소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가 서울고용노동부 남부지청장 주재로 첫 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이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용유지 등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6일 LG그룹 계열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 등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서울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은 노조가입 후 1년이 넘는 교섭 끝에 사측은 시급 60원 인상, 한달 월급으로는 1만 원 수준을 인상을 했다. 하지만 해직통보 후 용역업체는 청소노동자들을 한 명 씩 불러 몇백만원의 위로금을 제시하며 사직서에 싸인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에스앤아이코포레이션은 구광모 회장의 두 고모가 지분을 100%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지배구조를 보면 LG그룹이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포레이션를 통해 지수에 청소용역을 주는 형식이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원청인 LG그룹이 청소노동자 고용승계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정부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문제에 적극 개입해 간접고용노동자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법제도 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청소노동자도 LG의 소비자”… 고(故) 구본무 회장 철학 되새겨야


고(故) 구본무 회장은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성과와 더불어 정도경영을 앞세워 소탈할 면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LG 하면 ‘착하고 윤리적인’, ‘좋은 제품 만들고 선행을 하면서 홍보를 잘 못하는 기업’이라는 인간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앞서 2017년 신년사에서 고 구 회장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 기업은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었다.

고 구본무 회장이 2018년 세상을 떠났고 이어 구광모 회장이 재계 4위 LG그룹을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은 취임사에서 아버지의 인간존중 경영을 이어 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LG 2021 새해편지’를 통해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할 때까지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며 “고객을 LG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전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운 농성에도 사측은 LG의 소비자(고객) 일 수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말에는 응답이 없는 모습이라 안타깝다.

더 없이 추운 요즘이다. 얼어붙은 서울은 35년만에 가장 춥다고 한다. 이런 날 농성을 벌이는 그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노조만이 투쟁했던 ‘LG 불매운동’을 시민단체와 SNS 통해 누리꾼들이 지지하고 있다. LG그룹이 국민들에게 외면받지 않고, 그들로부터 오래오래 사랑받길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청소노동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한다. 선대의 말처럼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려면 보편적인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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