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길바닥에 나 뒹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뉴스워커_오피니언] 지금도 가끔 방송광고에 등장하는 카피가 있다. 학생이 버스를 타면서 요금결제 테그에 카드를 접촉하면 “학생입니다”라는 자동음성이 나오면서,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학생이 테그를 하니 “학생입니까?”라는 음성이 흐른다. 광고의 취지는 젊게 살라는 의미로 해당 제품을 섭취하라는 것인데, 이런 안내음성이 지하철 경로우대카드에도 도입되어 안내음성이 나오고 있다.

“경로입니다”라는 자동안내음성인데, 나이드신 승객이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지하철 개찰구의 교통카드 테그 부분에 경로우대자가 ‘경로우대카드’를 테그하면 “경로입니다”라는 자동안내음성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어르신교통카드’라 하여 만 65세 이상 분들에게 할인율을 적용해 경로우대를 하고 있다.

▲ 지하철 개찰구에서 경로우대증을 소지한 자가 테그를 하면 "경로입니다"라는 자동안내음성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배려없는 시스템은 당사자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곱씹어봐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_뉴스워커 DB)

지난 2007년 개정된 ‘경로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을 보면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철도의 경우 운행요금의 30~5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수도권전철, 도시철도 등은 요금의 100%의 할인율로 이용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노인을 우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관습에도 부합되는 일로, 지금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면 또한 없지 않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살아온 과거, 그래서 일궈냈던 대한민국의 발전에 대해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또 치열했던 삶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권리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들이 경로우대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굳이 ‘남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느냐’이다. 이는 어쩌면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봐야 할 문제로도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와 사생활보호에 대해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국가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하는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이는 개인에 대한 즉, 인격에 대한 보호 차원이 강하게 배어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관련법은 적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 법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규정을 엄격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울지하철 1,2,3,4,9호선을 관리․운영하는 서울매트로나 지하철 5,6,7,8호선의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어르신교통카드’를 발부할 때, 해당자에게 개인정보동의에 관한 사항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해당 요청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교통카드는 발부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만65세 이상 자에게는 선택에 대한 결정권한이 한정된 상태에서 동의절차를 이루게 되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한데, 이런 과정이 있었다고 하여 자동음성안내에 “경로입니다”라는 방송을 하게 한다는 것은 어르신들에게 사뭇 가혹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선다.

지하철은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 대중교통수단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로입니다”라는 방송으로 인해 경로우대증 이용자의 나이를 가늠하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정보를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과 유사하며 이는 곧, 개인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뿌리는 것, 즉 길에 개인정보가 적시된 문서를 바닥에 나 뒹굴게 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서울지하철은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할 사안이라고 보인다. 그들의 개인정보를 아무 필요도 없는 다수에게 알리는 행위가 어쩌면 그들의 심정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의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 장본인임은 분명하기에 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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