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배달 시 대면 성인인증 필수, 배달 폭증시대 서로 배려해야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음식 배달 주문이 폭증한 가운데 폭설이 내린 날에도 음식 배달원들은 어느 때보다 바빴다. 덕분에 배달앱 회사들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원들은 고객 갑질의 최전선에서 울분을 삼키고 있다.

배달음식 등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는 1년 전보다 60% 늘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음식서비스 온라인 쇼핑은 1조6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로 급증했다.

하지만 모든 음식업체의 매출이 늘어난 건 아니다. 코로나19 직격탄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시작한 가게도 적지 않다. 배달앱에 등록할 경우 각종 수수료로 크게 이익을 남기기 어렵지만, 급감한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작한 것.

이런 가운데 한 음식 업체 배달원이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데 손님 갑질까지 당하면서 힘듦을 호소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음식 시킨 변호사 부부 갑질’이라는 글이 게재됐따. 게시 글엔 경기 용인시 소재 음식점에서 한 가정집으로 주류와 음식을 배달한 과정이 담겨 있다. 게시글 작성자이자 배달원인 A씨에 따르면 문 앞에 도착한 A씨는 당시 아이가 문을 열어줬기에 주류 배달 규정에 따라 주문자에게 성인 인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관문 너머 주문자의 답변은 “단골이고 변호사 집이니 그냥 놓고 가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성인인증을 받지 못한 배달원 A씨는 “주류는 환불해주겠다”며 음식만 문앞에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얼마 후 이 주문자는 음식점 점주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래서 나왔는데 왜 갔느냐”고 따지며 음식을 가져갈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욕설이 섞인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손님 갑질’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우려스럽다. 많은 고객응대 근로자들이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업체이미지를 생각해서 속으로 감정을 억누르다가 건강장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法, 배달앱 주류 주문 시 대면 성인인증 명시…배달원은 법 지킨 것 뿐


배달앱 주문 시 1차로 앱에서 성인 인증을 하고는 있지만, 점주들은 배달 시 신분증 확인을 필수로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100% 점주에게 돌아가기 때문. 그러나 비대면을 선호하는 손님들은 대면으로 해야 하는 성인 인증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2016년 ‘주류 양도·양수방법에 대한 고시’ 개정으로 배달앱 주류 배달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자체 규정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소 폐쇄 처분 등을 규정한다. 또 청소년 보호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위 사례처럼 주문자가 “변호사 집이니 그냥 놓고 가라”고 말했다면 법조인 집안에서 ‘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원들은 관련법을 성실히 지킨 것뿐이다.

배달앱 업체들은 법에 따라서 미성년자의 술 구입을 막기 위해 성인 인증과 함께 배달 시 주문자의 신원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면 바로 환불 조치하고 있다.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법으로 배달원도 ‘손님 갑질’에 보호돼야


고객응대 근로자란 손님을 응할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서비스업 및 관리자, 판매업, 군인 등까지 많은 직군이 포함된다.

2018년 10월 18일부로 개정된 고객의 폭언 등으로 부터의 고객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의 조치가 의무화됐다. 사업주가 고객응대 근로자의 보호조치를 안했을 경우 1차 300만원 2차 600만원 3차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보호조치 요구를 한다는 이유로 고객응대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음식 배달원도 고객응대 근로자로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다. 언젠가부터 등장한 ‘손님이 왕’이라는 말. 하지만 이 표현은 왕을 모시듯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라는 의미일 뿐 손님이 왕처럼 군림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 일상 속 ‘배달’은 진화하고 있다. 배달원들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해 준다. 음식이 식기 전에, 신선함을 머금은 채 배달되는 음식은 혹한의 추위도, 살얼음판도 마다하지 않는 ‘배달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작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가 ‘우월의식’에 젖어 있지 않았나 돌아볼 시점이다.

블랙컨슈머와 같이 진상 짓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는 학창시절 도덕(道德)이라는 교과목에서 우리는 ‘인격 존중과 예절’을 배웠다. 사람이 귀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양심과 이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언텍트, 비대면 시대이지만 혼자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모두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돼야 한다. 배달앱 시장이 날로 커지는 만큼 ‘배달원과 손님’ 간에 배려와 보다 투명한 운영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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