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채무 급증에 부채비율 511.8%, 리콜 및 판매부진 여파 상당할 전망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베스트셀링 모델 520D의 연이은 화재로 궁지에 몰린 BMW코리아의 재무건전성이 지난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유출을 막기 위해 매입채무를 늘리면서 부채총계가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제자리걸음을 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올해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대규모 리콜과 판매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재무지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담당

BMW코리아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511.8%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말에 비해 136.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이 500%를 상회했던 건 873억 원의 통화선도평가손실을 입었던 2014년(1413.8%) 이후 처음이다.

부채비율의 이 같은 상승은 배당금 지급에 따른 이익잉여금 감소와 순적자로 인한 자본총계가 줄어든 게 주요인이다. BMW코리아의 지분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BMW Holding B.V가 100% 보유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2016년 BMW Holding B.V에 37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1340억 원으로 전년보다 451억 원이나 줄었다. 또 지난해 순이익은 마이너스(-) 81억 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이런 가운데 매입채무가 급증한 것도 부채비율 상승을 부추겼다. 2016년만 해도 BMW코리아의 매입채무는 2225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501억 원으로 1년 새 4277억 원이나 불어났다. 매입채무가 거래처에서 외상으로 사들인 제품과 상품 등을 의미하는 만큼 거래처에 대금 지급을 대폭 늦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BMW코리아의 매입채무가 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저마진 수익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BMW코리아의 매출액은 2015년 2조 8757억 원에서 2016년 3조 958억 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 3조 6337억 원을 기록, 최근 2년 새 26.4%나 증가했다.

반대로 순이익의 경우 464억 원에서 366억 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81억 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법인세 비용이 매년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할인경쟁을 벌인 게 수익을 잠식한 주요인이다. 이는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만 봐도 알 수 있다. BMW코리아의 원가율은 최근 5년 간 평균 97.5%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MW코리아는 지난해 외상판매대금 및 미수금 회수에 박차를 가했다. 매출채권은 12억 원으로 2016년에 비해 525억 원 감소했고, 미수금은 1373억 원으로 785억 원이나 줄었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BMW코리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같은 기간 –1267억 원에서 5933억 원으로 오히려 개선된 배경이다.

회수한 매출채권 및 미수금, 그리고 불어난 매입채무는 차입금 상환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을 쌓는데 사용됐다. 2016년 2587억 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다시 무차입 경영기조를 만들었고, 현금성자산은 1437억 원에서 4244억 원으로 192.5%나 급증했다. 결국 ‘줄 돈’ 안주고, ‘받을 돈’은 확실히 챙겨 유동성을 축적했던 셈이다. 다만 현금성자산이 불어나긴 했지만 매입채무 증가폭을 감안하면 실제 유동성은 감소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올 들어 BMW 차량에서만 32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할인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BMW코리아 전체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520D 모델만 해도 7월말 신규 등록대수가 523대로 6월보다 45.7%나 감소했다. 아울러 7월 BMW의 전체 신규 등록대수도 3959대로 전달보다 5.6% 줄었다.

판매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도 점쳐지고 있지만 대규모 리콜로 인한 재무건전성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BMW코리아는 오는 20일부터 리콜을 실시한다. 대상차량은 총 10만 6000대 가량이며, 해당 차량 오너는 수리기간 동안 무상으로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520D의 렌트 비용만 하더라도 200억 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차종의 렌트비와 부품값 등을 고려하면 BMW코리아가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등으로 일회성 이슈를 감당할 순 있겠지만 재무지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BMW코리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 및 후속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까지 상당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리콜과 렌트비, 소비자들의 단체소송 등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물론 재무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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