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3054억 배당, 평균 배당성향 59%… 기부금 79억 순익의 1.8%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BMW 차량의 연이은 화재로 반사이익이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벤츠코리아)가 지난 13년간 대주주에게 3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확대했다. 반면 국내 기여도는 벌어들인 수익의 2%도 되지 않을 만큼 적었다.

▲ 자료:금융감독원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4조 2664억 원의 매출과 14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30.1% 증가했다. 순이익은 외환차손 영향으로 같은 기간 879억 원에서 726억 원으로 17.3% 감소했다.

눈길을 끄는 건 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린 부분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대주주인 독일 다임러AG(51%)와 투자전문회사 스타오토홀딩스(49%)에 주당 76만 4400원씩, 총 459억 원을 배당했다. 2016년 대비 주당배당금(76만 1400원)이 3000원 늘면서 배당성향도 이 기간 52%에서 63.2%로 11.2%포인트나 상승했다.

사실 벤츠코리아는 앞서부터 고배당을 통해 한국에서 번 돈을 독일 본사 등에 퍼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지사 형태로 전환 후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총 16개년 중 13개년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을 하지 않았던 해는 초기 투자비용 탓에 순적자를 기록했던 2002년과 2003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2004년뿐이었다.

최초 배당했던 2005년은 순이익 100억 원 가운데 92억 원여를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2008년 배당성향이 50%까지 낮아졌던 걸 제외하면 2006년부터 2010년 역시 이익금의 90%를 대주주가 챙겨갔다. 이후 벤츠코리아는 2011년부터 평균 51.6%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10% 내외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벤츠코리아의 움직임이 한국에 재투자하는 것보다는 본국 송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벤츠코리아가 지금까지 독일 다임러 등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3054억 원이다. 2002년 자본금 30억 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했던 걸 고려하면 지금까지 배당금만으로 100배가 넘는 돈을 회수한 셈이다. 또 16년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의 총합이 223억 원으로 순이익의 4.3%에 불과한 반면, 배당금은 59%에 달했다.

아울러 2002년과 2003년 사업초기 발생한 손실을 대주주인 독일 다임러뿐만 아니라 국내 시중은행에서 차입해 메꾸는 등 도움을 받았지만 기부한 금액은 96억 원으로 순이익의 1.8% 수준에 불과했다. 이외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자동차 가격인하 요인이 생겼고, 유로화 환율약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벤츠코리아는 매년 차량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연평균 3%가 넘는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한국 시장 재투자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선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업계관계자는 “BMW 등 다른 수입차 회사와 달리 벤츠코리아는 지금껏 대표 자리를 외국인으로 채웠고, 수많은 지적에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재투자 및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반면 이익만 향유하고 행태가 투기자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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