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미디어팀] 대기업(갑)에 대항하기 위한 ‘을의 담합’에 대해 제재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을의 담합일지라도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이동원)는 최근 삼보판지가 지난해 8월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보판지 등 골판지 상자 제조사 16곳이 2007년 7월~2012년 3월 CJ제일제당, 대상 등에 골판지 상자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인상시기 등을 총 52회에 걸쳐 사전 합의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과징금 56억원(삼보판지 6억4,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인 삼보판지는 자신을 포함한 16개사의 담합은 ‘대항 카르텔(담합)’이란 논리를 내세웠다. 골판지 상자를 납품 받는 대기업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납품가격과 물량을 일방적으로 결정(수요독점)하는 것에 맞서고 정상적인 거래 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담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과 시행령 28조도 ▦공동행위(담합)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교섭력 강화 효과가 명백하거나 ▦다른 방법으로는 대기업과 효율적으로 경쟁하거나 대기업에 대항하기 어려운 경우 공정위의 사전 인가를 받아 담합을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 제조사가 대형 수요처(연간 10억원 이상 거래)에 판매하는 골판지 상자 시장에서 67%, 특히 CJ제일제당 등 16개 수요처 기준 시장에선 10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대항 카르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항 카르텔을 인정한다 해도 법원은 담합에 따른 경쟁 제한, 소비자 후생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담합 예외 적용 대상은 어디까지나 영세 하도급 업체나 소상공인 등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담합 규제를 풀겠다는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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