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지금은 산업기술 경쟁력이 경제 발전과 국력의 기준이 되는 현실이다. 뛰어난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좌우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국가 경쟁력도 올라간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환경과 생태계를 보면 전망이 어둡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산업기술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미래가 그리 밝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산자부가 최근 10인 이상 전국 1만2129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는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중소·중견기업이 인력 부족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하지만 이들 사업체의 인력 미충원율이 11.4%로 나타나 대규모 사업체(6.2%)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직종별로 연구개발 분야의 인력이 크게 모자랐는데 소프트웨어(4.0%), 바이오·헬스(3.5%), 화학(3.5%) 등 인력 부족률이 전체 평균(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 수준과 근무 환경, 성장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소·중견기업 신입 직원의 1년 이내 조기 퇴사율이 66.6%라는 점은 그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인력수급 차질은 곧 생산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수요예측과 함께 체계적 교육 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극심한 취업난속에도 한편으로는 인력을 확보 못해 전전긍긍하는 분야도 있다. 실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구인과 구직을 적절하게 매칭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소 산업현장에는 지금도 27만여 인력이 부족한데 근로시간까지 단축하면 중소기업에서만 추가로 44만 명이 더 필요하다.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에도 내국인 산업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없어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좋은 일을 시킬 것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지난 2015년 노사정 합의 때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을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화근이란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직무능력향상훈련도 병행돼야 한다. 직무능력 향상훈련 수요가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직원들을 교육보다는 일에 집중시키려 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맞서 산업구조를 더 고도화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산업기술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소기업도, 인재도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구개발(R&D) 관련 일자리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일례로 빅데이터 과학자나 바이오 인력을 비롯한 각 분야의 연구 인력은 헤드헌팅 업계에서도 품귀다. 지식융합 활용능력을 보유한 R&D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늘고 있다.

또 유망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으나, R&D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연구 산업 일자리를 대폭 늘린다는 정부 방침은 희망을 준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R&D과제 선정 시 R&D인력에 대한 고용평가 비중 확대나 신규 R&D인력 채용 시 기술료 감면 등 당근책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고급인력이 원하는 일자리는 일하는 환경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만들어진다. R&D 일자리가 최첨단 전문직으로 최고 대우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 사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R&D 역량 강화와 인재 양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공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만 과학기술기반 고급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 연구 장비를 만들고,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

제2, 제3의 디지엔터테인먼트가 나오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산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만약 이를 게을리 한다면 5년 후, 10년 후 우리 산업 경쟁력이 어떤 수준까지 내몰릴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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