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저축은행이 실적과 민원관리 면에서 모두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주인이 바뀌는 큰 변화를 또 한번 겪게 됐다.

유진저축은행의 주인이 유진그룹에서 KTB금융그룹(KTB투자증권)으로 바뀌게 되면서다. 

이병철 회장이 이끄는 KTB투자증권은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신규 먹거리 발굴을 위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유진저축은행 인수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진저축은행의 전신인 대영저축은행은 2011년 현대증권에 인수돼 그해 말 현대저축은행으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이후 2016년 KB금융지주로 현대증권이 넘어가면서 같이 패키지로 매각됐다. 당시 저축은행을 가지고 있던 KB금융지주는 저축은행을 유진그룹에 재매각, 2017년 11월 유진저축은행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그리고 올해 4월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유진그룹은 유진저축은행을 매물로 내놓았고 KTB투자증권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남아있지만, 유진저축은행은 인수를 앞두고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 등을 진행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7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447억원보다도 많은 역대급 배당이다.

이같은 이례적 배당은 유진저축은행의 매각 몸값을 낮췄다. 중간배당으로 인한 현금지출로 회계상 기업가치가 변동되면서 인수가격을 하락시켰다.

유진저축은행은 모회사인 유진에스비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지배구조도 단순화한다. 이에 따라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유진저축은행은 실적 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고, 민원관리도 우수한 편이다.

유진저축은행의 올 2분기 총자산은 2조1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2억원 늘었다.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223억, 누적 4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억원, 203억원 늘어난 호실적을 보였다.

민원 관리에서도 우수했다. 매각 이슈가 불거진 2·3분기 민원은 총 5건으로, 전년 동기 6건보다 적었다. 

2019년에는 같은기간 13건의 민원이 발생한 바 있다. 

KTB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소매금융 진출을 꾀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다소 우려하는 부분은 KTB투자증권의 기존 포트폴리오가 증권·자산운용 위주라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변수로 거론되는 게 금융당국의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 규제 칼날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저축은행 업권 DSR 강화, 차주별 DSR 규제 조기 시행 등을 담은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인 DSR 기준 강화는 곧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규제를 의미한다. 저축은행도 그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여신 부문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출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도 부담이다. 앞서 지난 7월께로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이를 2018년 11월1일 이전 대출에 대해서도 인하된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KTB투자증권은 업계 상위권인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신속하게 영업기반 및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신규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KTB투자증권의 유진저축은행 인수 후 청사진을 보면 IBㆍ리테일 등 금융상품업무를 취급하는 부서와의 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IB기업금융·주식담보대출 등 비즈니스 연계기회를 모색해 사업의 시너지를 제고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법정금리 인하의 경우 단기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강화는 포트폴리오 확대, 수익성 다각화 등 중장기적인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가계 위주의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기업 여신 확대 등 포트폴리오 변화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영업환경 속에서, 새 주인으로 KTB투자증권을 맞이할 예정인 유진저축은행이 앞으로도 건실한 실적을 쌓아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