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미국 하와이주(州)에서 지난 토요일인 13일 오전 8시 7분(현지 시간) ‘탄도미사일 위협이 하와이로 오고 있다. 즉각 대피소로 가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는 비상경보 문자메시지가 주민들에게 전송됐다.

주정부비상관리국(HEMA)이 실수로 잘못 보낸 것이었다. 이 기관은 13분이 지난 뒤 트위터를 통해 “하와이에 대한 미사일 위협은 없다”고 긴급 발표했고, 약 38분 후엔 이를 정정하는 문자메시지를 다시 발송했다.

데이비드 이게이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통과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 그래픽_황규성 시사그래픽 전문기자

주민과 관광객들은 집과 호텔에서 뛰쳐나왔고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은 멈춰 섰다. 일부 지역엔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정정 메시지를 받을 때까지 핵 공격 가능성에 몸서리를 치며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던 한 관광객은 “갑자기 큰 소리로 알람이 울려 잠이 깬 뒤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로비로 내려가 보니 호텔 손님들 모두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제 다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한 하원의원은 온 가족이 욕조에서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한편 15일(현지 시간) HEMA 직원들이 미사일 발사 경보 오발령 사태로 살해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와이주는 지난달 1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대피 훈련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했다. 15kt 규모 핵무기가 주도(州都) 호놀룰루 300m 상공에서 폭발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훈련이다.

미 언론은 미사일이 북한 발사대를 떠나 하와이에 도달하기까지 30분이 채 안 걸릴 것이며, 경보 후 대피시간은 12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만큼 하와이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 등으로 북한 핵 공격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돼 있다.

미 정부는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현지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다가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경보는 주정부 비상관리국 상황실 근무교대 훈련 중 버튼을 잘못 누른 실수였다. 그 자체만으로는 해프닝이지만 하와이 주민들이 북 미사일 위협을 얼마나 피부로 느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해 5월 14일 시험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의 타격 목표가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식 확인했다. 이후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발사한 ‘북극성-2형’의 실전배치를 김정은이 지시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로 호전성을 드러내왔다.

한미 외교통들은 북한이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지목한 것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북미 대화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상대가 공세적으로 나올 때는 뒤로 잠시 물러서는 듯하다가 협상적인 태도로 나오면 강경 자세로 돌변해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속셈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대단히 위험하고 무모하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드는 북한의 도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남한과 북한의 국민을 볼모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벌이는 군사 모험주의는 한반도에 대참화를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백악관의 대북 분위기가 강경에서 압박과 협상 양면으로 바뀌었지만 언제 다시 강경으로 회귀할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해프닝에서 하와이 주민들의 반응이 보여줬듯이 북핵은 이미 상대방에겐 실제적 공포인 공격용 무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핵 위협은 실무자의 버튼 조작 실수로도 이런 패닉이 벌어질 수 있을 만큼 폭발력이 크다.  또한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북 미사일 발사 징후를 놓고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대응 군사행동을 결정해야 하므로 순간의 결정이 무력충돌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그런 우발적·돌발적 요인에 의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안전판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북 미사일과 장사정포의 사정거리에 있는 우리의 경보시스템, 비상시 대피시스템 등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하와이 경보 오발령’ 바다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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